-
“아이들이 엄마라고 부르며 안기는데 어떻게든 빨리 해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필리핀에 억류된 어린이 123명의 여권을 반환받고, 이민청에 수용된 어학원관계자 및 대학생들의 즉각 석방 결정을 받아낸 박순자 의원의 얼굴에는 어머니의 강인함과 따뜻함이 교차했다.박 의원은 필리핀에서 어린이 억류사건이 발생하자 한나라당 차원에서 파견, 어린이들의 안전문제 및 정확한 진상파악을 위해 지난15일 출국 이후 나흘간의 빡빡한 일정을 마치고 18일 귀국했다. 20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박순자 의원은 3박 4일 긴박했던 상황을 상세하게 털어놨다.
그는 당 지도부의 긴급파견이 결정된 날 저녁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으로 몸을 실었다. 앞서 필리핀에 대통령 특사로 다녀온 경험이 있는데다 아시아여성포럼 등에서 활동, 현지 대통령 및 장관들과 친분이 두터워 이번 방문에 적임자였다.
여정을 풀기도 전에 박 의원은 이혜민 필리핀 대사와 아이들이 있는 어학연수 캠프장으로 향했다. 그는 “애초 언론보도는 113명의 어린이라고 했으나 현지 확인결과 123명의 학생들이 억류돼 있었다”면서 “비자를 되돌려 받지 못한 상황에서 어학원 원장은 구속됐고, 어린이들은 수업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
- ▲ 어학연수 캠프장을 찾은 박순자 한나라당 의원. 억류된 아이들은 '엄마'라고 그를 부르며 안겼다. ⓒ 뉴데일리
그는 “캠프장에 제가 들어서자 아이들이 수군거리며 ‘누구냐’고 물어왔다. 이에 ‘엄마다’고 외치니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도 ‘엄마’라고 부르며 껴안고, 누군지도 모르면서 사인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억류된 사실은 모르는 듯 했으나 일주일이상 타향살이에 집,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컸던 모양이다.
박 의원은 “아이들을 만나고 나니,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나는 그 123명의 어머니 아닌가. 몇시간을 차로 달려 이민청에 억류된 어학원장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길게만 느껴졌다”고 밝혔다.
그가 이민청 수용소에 억류된 어학원장들과 면회한 결과, 어학원들이 SSP(Special study permit)이라는 학업연수 허가증 제도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인당 약 15만원의 수수료를 납부하지 않은 것인데 필리핀 입국 후 며칠 내 지불하라는 규정은 없었다. 어린이들의 여권을 빼앗긴 것은 입국 닷새만이었다.
박 의원은 이들을 만난 뒤 필리핀 리마 법무부장관, 이민청장, 필리핀 상‧하원 인사들과 연쇄면담을 갖고 어학연수 문제의 발단인 SSP 해결을 위해 발로 뛰었다.
특히, 필리핀 전 대통령인 아로요 하원의원을 만나 외국인 수용소 내 100여명의 남녀가 한 철창에서 지내는 인권유린 상황을 꼬집었다. 그는 “제 지역구(안산)에도 필리핀에서 온 5000여명의 근로자가 있는데 그들도 이 같은 사실을 아느냐”면서 여성 수용인을 위한 화장실도 구비돼있지 않은 비인권적 문제를 지적했다.
-
- ▲ 필리핀 전 대통령인 아로요 의원을 만나 회담 중인 박의원. 그는 이 자리에서 구금된 한국인들의 인권실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 뉴데일리
또한 박 의원은 앙겔라 상원의원을 만나 이번 사건이 한국과 필리핀 우호발전관계를 저해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여권은 연쇄회담 이튿날인 18일에 모두 돌려받았다. 외국인 구치소에 수감됐던 어학원장 등도 SSP 비용을 바로 지불하겠다는 합의를 통해 석방됐다.
박 의원은 “법무부장관이 제 요청에 따라 긴급회의를 열고 합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SSP의 경우, 필리핀 정부에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어린이 어학연수와 관련하여 학부모들도 어학연수라는 목적만 보고 무조건 연수를 보내서는 안 된다”면서 “교육당국과 연수 어학원의 허가내용, 연수대상국의 자세한 연수관련 정보 파악 등 관련 사항들을 충분히 확인 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