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무뎌진 칼날’, 與 ‘비호에 치중’
  •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한 마디로 말해 ‘김 빠진 맥주’였다.

    야당이 청문회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총 공세를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칼날 같은 날카로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박지원·이석현 고소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듯한 분위기다.

    특히, 일부 의원들이 추가 낙마를 노리면서 포격을 가하기도 했지만 정 후보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다.   

    17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병국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경기도 양평군 보유 임야 과다보상 및 투기 의혹, 농지 불법전용 의혹, 부당 소득공제 및 국민연금 미납 의혹, 주유비 과다 사용 의혹, 전세자금 의혹, 논문 표절 의혹 등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 ▲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내정자가 17일 국회 문방위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과 눈인사하며 미소짓고 있다. ⓒ 연합뉴스
    ▲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내정자가 17일 국회 문방위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과 눈인사하며 미소짓고 있다. ⓒ 연합뉴스

    ◇ 野 대어 낚으려고 했는데 성과는 ‘글쎄’

    그동안 정 후보자를 향해 여러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본 청문회에서는 대부분 ‘빛 좋은 개살구’에 그쳤다.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됐던 불법농지취득 문제와 관련, “불법도 아니었으며,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전면 부인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정 후보자가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부리 77-1번지 논이었던 땅을 취득하면서 정 후보자와 부인은 농업경경계획서에 허위로 농사를 짓는 것처럼 작성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병국 후보자는 이 같은 지적에 “그 지역은 집안 대대로 내려왔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농사를 짓던 땅이며, 실질적으로 땅 내역을 봐도 증여를 받은 것이고 명의이전이 되는 과정에서 법이 바뀌어 계획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문순 의원은 “이는 부동산을 취득한 후 3년 이내에 등기이전을 하도록 한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이라고 재차 지적했고, 정 후보자는 “법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알아보겠다.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를 3번 치루면서 만약 법을 위반 했으면 아마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농지 불법전용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창고를 지었는데 2008년 여름에 홍수가 나서 배수관 정리를 했고, 그 이후로 또 홍수가 물이 역류하자 철거했다”며 “잘못한 것은 알겠지만 투기 대상도 아니고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집에 창고나 차고가 필요해서 지은 것”이라며 정리했다.

    반면, 정 내정자는 두 자녀에 대한 이중 소득공제 의혹에 대해 “결과론적으로 세무제도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집사람이 사업을 하면서도 이 법이 의무적(납부)으로 바뀐 걸 제대로 몰랐던 것 같은데 어쨌든 이도 내 잘못”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밖에 제기된 각종 의혹들은 대부분 해명이나 자료에 의해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특히 정병국 후보자는 시종일관 여유 있는 자세로 미리 준비해온 자료를 살펴보며 의혹 대부분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 한나라, 정병국 일병 구하기

  • ▲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내정자가 17일 국회 문방위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과 눈인사하며 미소짓고 있다. ⓒ 연합뉴스

    한나라당은 공세를 펼치는 야당과는 달리, 주로 정 후보자의 자질과 국정수행능력 검증에 집중했다.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종합편성채널 선정과 관련, 문화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명확한 업무 분장과 지역 문화콘텐츠산업 육성 보호 대책에 대해 물었으며, 진성호 의원은 저작권 보호 및 한류 수출을 통해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복안에 대해 질문했다.

    진성호 의원은 문방위 위원장을 비롯해 문방위에서만 10년 이상 자리를 지킨 정 후보자에게 “10년 이상 (문방위를) 고수한 이유가 뭐냐”며 그의 자질을 은연중 치켜세웠고, 조윤선 의원은 “지난번 대선 때 보니 기획력과 추진력이 상당했다”고 호평했다.

    또 김성동 의원은 야당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수많은 의혹만 보면 마치 정 후보자가 큰 도덕적 결함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은 것이 입증될 것”이라며 감쌌다. 

    이어 강승규, 조윤선 의원은 각각 문화계 화합과 종교편향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정부의 소통부재 문제에 대한 해소 방안 마련을 당부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두고 “후보자의 자질검증이라는 청문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가운데 대체적으로 무리 없이 진행됐다”고 자평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야당의 각종 의혹제기에 대해 정 후보자가 성실히 해명하면서 많은 의혹들이 불식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안 대변인은 “장관직 수행을 위한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입증하는 자리가 됐다고 평가한다”며 “앞으로 정 후보자가 국무위원으로서 국민을 더욱 받들고 섬기며 장관직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18일 개최되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관련,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능력을 검증하는 진지하고 생산적인 청문회가 돼야한다”며 “후보를 흠집내고 망신주는데 집중하거나, 아니면 말고식의 무차별 폭로를 하는 인격 모독적 공격은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감을 줄 뿐이다”라고 사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