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이고리 슈발로프 제1부총리가 13일 일본과 영토 분쟁을 겪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방문했다고 이타르타스 등 러시아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슈발로프 부총리의 쿠릴 방문은 앞서 지난달 1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쿠릴열도 가운데 하나인 쿠나시르 섬을 방문한 데 이어 러 정부 고위인사로는 두 번째다.

    이 소식을 접한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기자들을 만나 "매우 유감"이라고 불만의 뜻을 밝혔다고 러 언론은 전했다.

    이날 교통부와 보건.사회발전부 관계자 등을 대동하고 쿠릴 열도 최남단의 쿠나시르 섬과 가장 큰 섬 이투룹을 방문한 슈발로프 부총리는 현지 언론에 자신의 쿠릴 방문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슈발로프는 러 정부가 추진 중인 '2007~2015년 쿠릴열도 사회·경제 발전 프로그램' 진척 현황을 확인하는 것이 이번 방문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슈발로프 부총리는 쿠나시르 섬에서 공항과 학교, 병원 시설 등을 둘러보고 "(2007년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적지 않은 성과가 나왔지만, 2015년까지로 예정된 쿠릴열도 발전 프로그램을 완료하려면 아직도 더 많은 일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연방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 발전 프로그램 점검을 위해 극동을 방문 중인 그는 쿠릴 방문에 앞서 사할린주 주도(州都)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주재한 주 정부 회의에서 "쿠릴 지역 발전 계획을 확인하기 위해 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직접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전날에는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2012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뒤이어 유즈노사할린스크를 찾아 중소기업 발전 방안에 대한 회의를 주재했다.

    슈발로프 부총리의 쿠릴 방문 소식을 접한 일본 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최대의 유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자신의 견해를 러 측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본 외무성 제1부상이 이날 미하일 벨리 일본 주재 러시아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명했다고 러 언론은 전했다.

    일본은 지난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쿠릴 방문에 강하게 반발하며 항의표시로 한때 러시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기도 했었다.

    이후 러-일 지도부는 우선 양국 간 경제협력을 강화해나가면서 쿠릴열도 영유권 문제를 시간을 두고 풀어나가기로 합의해 갈등이 봉합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