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단체 ‘북한판 한류열풍’ 세미나 열어“한국 드라마 적어도 한두번씩 봤을 것”
  • ▲ 탈북자단체 '성통만사'는 10일 '북한판 한류열풍,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했는가'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열었다. ⓒ 연합뉴스
    ▲ 탈북자단체 '성통만사'는 10일 '북한판 한류열풍,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했는가'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열었다. ⓒ 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연설도 보고, 남한 드라마도 본다. 남한과 그들이 사는 곳이 너무 달라 남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탈북자단체 '성통만사'(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는 10일 '북한판 한류열풍,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했는가'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열었다.

    이들이 공개한 탈북자증언 동영상은 북한의 극명한 변화를 보여줬다. 이 동영상에서 작년 3월 양강도 혜산시에 살다가 탈북했다는 김은호(가명.38)씨는 "황해남도 연안에서는 남한의 공중파 방송을 쉽게 시청할 수 있는데, 그쪽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연설도 생중계로 봤다고 한다"면서 "북한 주민의 99%는 한국 드라마를 적어도 한두번씩 봤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8월 탈북한 신의주 출신의 이성일(가명.23)씨도 한국 드라마에 대해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는 "드라마 속의 남한과 내가 사는 곳이 너무 달라 호기심이 일었고 남한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젊은층의 경우 머리 모양만 보면 한국 드라마를 봤는지 알 수 있는데 (당국이) 사회주의식 머리모양을 해야 한다고 아무리 교육해도 별효과가 없다"고 전했다.

    작년 3월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탈북했다는 김영철(가명.24)씨는 가을동화와 천국의 계단이 인기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 처벌을 두려워하시던 부모님도 나중엔 드라마를 구해오면 굉장히 좋아하셨다"면서 "언젠가 주변 친구들이 동네주민의 신고로 적발된 적이 있는데 2명만 노동단련대에 끌려가고 나머지 2명은 돈을 줬는지 풀려났다"고 전했다. 이어 "보위부원이나 법관들도 뒤에서는 다 (남한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제자로 참석한 통일연구원의 강동완 책임연구원은 북한에서 남한의 영상물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책임연구원은 "장사 목적의 지역 이동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지면서 (남한 드러마 같은) 영상물 유통이 늘고 있다"면서 "북중 접경지역은 물론 평양 등 북한 전역의 주민들이 이런 영상물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