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선도사업 함평2지구 준공식 “물 맑아진 덕분”벌써부터 오리떼, 두루미도 찾아와주민들 “나비축제장보다 멋진 저류지 공원 선물”콘크리트 강변 걷어내고 자생식물...옛하천 모습 찾아
  • '나비 천국' 함평천이 숨쉬기 시작했다.

    전남 함평군 함평읍 나비축제장 앞 함평천. 얼마전까지 곧게 펴진 채 강 물가에 쳐진 시멘트 둑이 모두 사라지고 구불구불 자연형상을 갖춘 물길이 다리 아래로 보였다. 물도 적당히 고인 수면엔 오리 무리에 왜가리도 섞여 물고기 사냥에 열심이었다.

  • ▲ 벌써 물고기가 많아져 오리들이 늘었고, 두루미까지 찾았다.
    ▲ 벌써 물고기가 많아져 오리들이 늘었고, 두루미까지 찾았다.

    미니 가동보 아래는 사냥에 바쁜 오리 사이로 두루미 한마리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초겨울을 맞아 하천에 심은 자생식물은 진한 초록색을 잃어 대부분 갈색이었지만 정돈된 식물들이 모두 자연스러웠다.

    나비축제장을 지나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가니 어느새 국화밭과, 금강송, 배롱나무들이 단정하게 심어진 화원 사이로 접어들었고, 산책로는 갈라졌다 이어지기를 거듭했다. 화원 안엔 갖가지 곤충모형과 알록달록한 소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부들과 수생식물이 가득한 연못은 공원의 운치를 더해줬다.

    산책로를 따라가도 다양한 모양으로 디자인된 화원은 지루해보이지 않았다. 산책로를 따라 500여m를 지났을까, 멀리 옆과 앞을 가로막은 둑이 보였다. 둑 바로 앞엔 6홀 정도의 미니골프장과 퍼팅장도 나왔다.
    외곽을 둘러싼 둑 위를 따라 부지런히 걷는데는 40분가량걸렸다. 공원안의 구불구불한 산책로를 모두 걸으면 두시간은 걸릴듯 했다. 2일 준공한 함평2지구 생태하천 구간 내 저류지 생태공원엔 겨울임에도 주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이 저류지 생태공원 옆 광장에서 ‘4대강살리기 선도사업 함평천 2지구’ 준공식이 열렸다. 사회자가 ‘나비의 도시 함평의 새로운 자랑거리가 태어났다’고 선언하자 300여명 시민들이 박수치며 준공을 함께 축하했다.

  • ▲ 함평천 저류지공원내 연못. 오른쪽 뒤로 골프장이 보인다.
    ▲ 함평천 저류지공원내 연못. 오른쪽 뒤로 골프장이 보인다.

    함평2지구는 함평군 함평읍 기각리~엄다면 화양리 일대 4대강 사업 선도지구로 2006년 7월 착공 모두 346억원이 투입된 하천살리기 사업이다. 이날 준공식에는 심명필 4대강추진본부장, 안병호 함평군수 등 관계자와 주민 수백여 명이 참여했다.

    낙동강, 영산강 등 4대강에는 이전 정부 때부터 시행돼 오던 70여개의 하천 정비사업이 진행돼왔다. 이들 사업을 ‘계속사업’으로 포함시키고 신규로 준설, 보 등 하천 준설 등을 통해 다목적사업으로 확대한 것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이번에 준공한 함평지구는 과거부터 이어온 환경사업을 4대강 사업의 선도사업으로 확대발전시킨 것이다.

  • ▲ 저류지공원내 산책로는 나무와 흙 등 자연형으로 꾸몄다. 멀리보이는 산에 함평나비축제의 상징 나비조형물이 보인다.
    ▲ 저류지공원내 산책로는 나무와 흙 등 자연형으로 꾸몄다. 멀리보이는 산에 함평나비축제의 상징 나비조형물이 보인다.

    함평의 경우 그동안 함평천의 나비 생태계를 복원해 2008년 ‘함평 세계나비, 곤충엑스포’를 열면서 세계적인 테마 생태관광지로 이름을 굳히고 있다. 그러나 군이나 주민들에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인근의 하천인 함평천에 물이 거의 없고 깨끗하지 않다는 점. 축제를 해도 삭막한 둔치를 연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길은 요원했고 제방 밖에는 농경지와 주차장이 어지러웠다.

  • ▲ 둔치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걷어내고 자연형으로 바꾼 함평천 모습.
    ▲ 둔치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걷어내고 자연형으로 바꾼 함평천 모습.

    특히 여름철 우기 외에는 거의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라는게 가장 큰 문제였다.
    더구나 일시에 몰려드는 홍수를 막기 위해 과거에 하천을 곧게 펴고 하천 옆을 시멘트 호안블럭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경관도 안 좋았다. 일부 둔치는 콘크리트 바닥으로 처리돼 더 삭막했다. 홍수가 나면 일시에 물이 고속도로처럼 흐르다 우기가 지나면 흉한 개천으로 변하기를 해마다 반복했다.

    이 함평천 사업은 이 하천에 물을 흘리고 생태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제방은 완만한 경사를 줘 자연에 가깝게 했고, 치수를 위해 직강화하면서 버려졌던 옛 하천(구 하도)를 복원하고 미니 가동보를 만들어 하천에 항상 물이 흐르도록 했다.

    특히 자랑거리는 홍수를 막기 위해 하천변에 물을 일시적으로 가두는 천변저류지 공원이다. 홍수기엔 저류지이지만 평소엔 강가에서 쉬고 생태관찰을 할 수 있는 친수공간, 휴식과 운동을 할 수 있는 자연학습장 등이 꾸며졌다.

  • ▲ 함평2지구 준공식에서 초청자들이 폭죽스위치를 누른뒤 좌석 뒤쪽으로 피어오르는 조형물을 보기위해 돌아보고 있다.
    ▲ 함평2지구 준공식에서 초청자들이 폭죽스위치를 누른뒤 좌석 뒤쪽으로 피어오르는 조형물을 보기위해 돌아보고 있다.

    저류지는 본류 제방 옆에 넓은 공터를 마련 홍수기에 물을 일시적으로 가둬 하류로 내려가는 물의 양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곳 저류지는 60년에 한번 오는 홍수를 대비한 규모로 29만㎥ 넓이이다. 이 저류지는 원래 논밭이 어지럽게 펼쳐져 홍수엔 함평천이 넘치면 잠기던 침수 우려지역이었다. 논밭을 매입해 만든 홍수터이지만 홍수가 나지 않는 보통땐 공원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 준공한 2지구 외에 현재 함평천엔 영산강 9공구(함평1지구)와 10공구 (함평3지구)가 현재 공사중이다. 이들 공구도 사업이 마무리되면  이곳은 나비축제와 함께 자연과 인간이 어울리는 친환경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심명필 본부장은 이날 행사에서 “나비축제 등 지역 축제가 잘 갖춰진 함평에서 4대강 사업 첫 준공을 갖게 돼 축하한다. 4대강사업은 이렇게 물과 강을 살리는 생태하천사업으로 지역발전의 기폭제가 돼 지역 주민의 삶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심 본부장은 또 “물은 한번 더러워지면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므로 앞으로 정부와 주민들이 함께 되살아난 영산강을 지키자”고 당부했다.

    이날 주민들은 나비축제로 일어난 한 함평의 관광산업이 생태하천 준공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했다.

    함평군 노인회장인 정병규 씨는 “축제를 많이 해 관광객이 많이 오지만 하천이 깨끗지 못해 아쉬웠다. 함평천이 옛날의 맑은 물을 되찾게 돼 기분이 좋다”며 “시설도 잘해 놔 주민들이 찾아와 쉬고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나비축제장 인근에 사는 서금래(76)씨는 “영암 목포는 알아도 함평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나비축제로 유명해졌지만 나비 말고는 볼거리가 없었다.”며 “공원이 생겨 나비축제가 훨씬 좋아진 셈”이라고 기뻐했다. 또 강을 가리키며 “새가 안보였는데 오리에 두리미까지 온걸보니 물고기가 많아진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들도 큰 기대를 보였다.
    저류지 생태공원을 찾은 함평 나산고 3학년 강보명 양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렇게 멋지게 바뀌는 것이라면 좋은 일 아니겠냐”고 했다. 같이 나온 김지은 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나비축제장에 왔었다. 축제가 열릴 때만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 옆에 더 큰 공원이 생겨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다. 함평이 이렇게 바뀔 줄 몰랐다”며 감격스럽다고 했다.

  • ▲ 심명필 4대강추진본부장이 함평천 제방위에서 사업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심명필 4대강추진본부장이 함평천 제방위에서 사업내용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