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보다 적은 병력, 연평부대 무기 열악...정치인들 할말 있나?
  • 24일 오후, 김태영 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국회 국방위 질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방위원들이 가장 많이 문제 삼는 것은 ‘우리 군의 대응사격에 왜 13분이나 걸렸느냐’하는 점. 이에 김태영 장관은 “전투는 게임이 아니다”라며 “13분이면 상당히 뛰어난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언론과 네티즌, 정치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다.

    연평부대가 습격 받던 상황

    합참과 해병대 등에 따르면 북한이 해안포와 방사포로 포격을 시작한 시점은 정기 사격훈련을 마친 직후였다. 연평도 해병대(이하 연평부대) 장병들이 사격을 마친 뒤 K-9 자주포를 점검하려 할 때 갑자기 포탄이 부대 내에 떨어졌다.

    이 습격으로 연평부대가 보유하고 있던 ○문의 K-9 자주포 중 1번과 5번 자주포가 손상됐다. 포대장은 포탄이 비 오듯 쏟아지자 일단 장병들과 자주포를 유개진지(지붕이 있는 포 진지)로 대피시키고, 적의 포격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일반적으로 포격을 실시할 때는 처음에 급속도로 진행하고 몇 분 뒤에는 꾸준히 쏘기 때문이다.

    이후 북한군의 포격이 조금 잦아드는 듯 하자 포대장은 상부에 보고하는 한편 장병들을 독려해 적의 포대 위치를 확인한 뒤 K-9 자주포를 발사했다는 것이다. 즉 나머지 ○문의 K-9 자주포로 제대로 이동도 하지 못하고 대응사격을 한 것이었다.

    연평부대의 다른 포대는 뭐했나

    그렇다면 연평부대의 다른 포대는 왜 대응사격을 못했을까. 나머지는 ○문은 105mm 견인포였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에서는 해병 6여단 병력이 주둔한 백령도의 155mm 견인포가 연평부대에도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연평부대의 105mm 견인포는 연평도를 공격한 북한 해안포 진지를 타격할 수 없다.

  • ▲ KM-101 견인포. 연평부대는 '연대급'이라고는 하나 해병대의 특성상 병력 수는 적다. 연평부대는 K-9 자주포와 KM-101 105mm 포 각각 6문을 보유하고 있다.ⓒ
    ▲ KM-101 견인포. 연평부대는 '연대급'이라고는 하나 해병대의 특성상 병력 수는 적다. 연평부대는 K-9 자주포와 KM-101 105mm 포 각각 6문을 보유하고 있다.ⓒ

    연평부대에서 사용 중인 105mm 견인포는 ‘KM-101’로 현재 우리 군의 주력 포가 돼 가고 있는 155mm 견인포에 비해 가벼워 운송이 간편하다는 점 때문에 주로 해안부대나 도서부대 등에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최대 사거리가 11km 남짓인데다 파괴력도 약하다는 게 결정적인 약점이다.

    연평부대가 갖고 있는 다른 무기들도 근거리 대공요격 또는 지상 화력지원에 사용되는 20mm 발칸포와 사정거리 5km 내외인 단거리 대공미사일 ‘미스트랄’ 정도밖에 없어 북한군을 직접 타격할 수 없다.

    한편 연평부대를 공격한 북한 해안포 진지는 직선거리로만 12km로 떨어져 있다. 우리 군이 이를 타격하려면 최소한 15km 이상의 사거리를 가진 무기가 필요하다. 북한군의 직사포와 방사포는 충분한 사거리를 자랑한다. 이번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122mm 방사포의 사거리는 20km 가량, 152mm 해안포(지상곡사포)는 사거리가 27km에 달한다. 북한군은 이 같은 무기를 연평도와 백령도 일대에만 수백 문 이상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임자는 ‘국가 지도부’, 왜 ‘장병들’ 비난하나

    여기다 연평도와 백령도에 배치돼 있는 AN/TPQ-36 대포병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20km 내외라 그 이상의 거리에 있는 북한 해안포와 장사정포를 제대로 감시하기 어렵다. 즉 실전경험 없는 연평부대원들은 자신들의 몇 배가 넘는 적의 기습공격을 받고도, 그것도 적의 발사지점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응사격을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당시 연평부대가 처한 상황이라든지 부대가 갖춘 장비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한다면 누구도 ‘해병대는 왜 대응사격에 13분이나 걸렸느냐’고 비판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 전사자뿐만 아니라 부상자들에게도 박수를 쳐줘야 한다. 그들은 적이 보기에는 ‘한 줌’도 안 되는 무기로 ‘임무’를 완수하려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면은 외면한 채 연평부대 장병을 비난하는 자들이 있다. 해병대 선배들이라면 ‘곤조’를 내세워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병역’을 피하려 발악했던 정치인 등 ‘자칭 사회 지도부’, 그것도 ‘남북대화’니 ‘민족화합’이니 하며, 해병대나 특전사에 최신장비와 안전한 시설을 제공하는 걸 반대했던 자들은 이 장병들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