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전격 공개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 공개가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어떤 식으로든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의 이번 우라늄 사태가 당장 남북관계를 급격히 악화시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남북관계는 이미 천안함 사태에 따른 `5.24조치'로 7개월째 꽉 막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가 다시 냉각되면서 일각에서 기대했던 남북관계 개선의 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후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급격한 상황변화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3일 "정부가 고위급회담 또는 정상회담 로드맵을 갖고 있었다면 이번 우라늄 사태로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로드맵 진행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성의있는 조치를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통일부도 "우라늄 농축이 남북관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산가족상봉 정례화 등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을 논의하기 위해 25일 파주시 문산읍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리는 남북 적십자회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회담은 예정대로 열리겠지만 이산가족상봉 정례화를 대가로 북측이 요구하고 있는 대규모 쌀, 비료 지원을 우리 정부가 수용할 여지가 더 좁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 악화를 계기로 대북정책에 대한 논란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전날 북한이 최근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한 데 대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핵무기 개발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도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여야가 시각을 달리했다.

    한나라당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과거 정부의 `북한 편들기'에 돌리며 국제공조를 통한 확실한 대처를 주문한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초래한 재앙이라며 대북정책의 전면적 전환을 요구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북 압박이 어느 정도 효용은 있지만, 압박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며 "보다 신축적이고 현실적인 대북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일단 기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고위당국자는 "기존 정책의 골조를 유지하면서 대처해나갈 것"이라며 "대화와 제재의 투트랙 접근 등 해오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북핵 문제의 추가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을 내려 예상보다 빠른 대북 접촉에 나설 경우 정부가 계속 '필요조건 충족'을 강조하고 있을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