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 채널로는 유례가 없는 인기를 끌었던 ‘슈퍼스타 K 2(이하 슈스케)’의 우승자 허 각 씨와 SBS 드라마 ‘대물’은 서로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이를 조합해 자기네 이야기라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호들갑을 떠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정치인들이다.
'허각=나' '대물=나'라는 정치인들
<뉴시스>는 「슈스케에서 우승한 ‘허 각’이라는 청년이 공정사회의 ‘롤 모델(Role Model)’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시스>는 지난 22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자승 총무원장을 방문했을 당시 총무원장이 배경도 없는 젊은이가 자신의 노력과 재능만으로 스타가 된 것을 예로 들며 ‘공정 사회의 모델인 것 같다’고 말했고, 이에 이재오 특임장관이 ‘허각’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뉴시스>는 또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허 각의 우승에서 코리안 드림을 봤다’며 ‘민주당의 모델’로 제시한 것, 지난 1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이 마무리 발언에서 허 각 씨의 사례를 언급한 것, 여당 내 초선 의원모임인 ‘민본 21’의 토론회에서 허 씨가 거론된 것 등을 보도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10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청원경찰 협회의 국회 로비와 관련,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드라마 대물에서 정치권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검사를 정의롭게 묘사했기 때문에 검찰이 저렇게 기가 살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대물'에 나오는 하도야 검사는 정의롭기만 하고, 정치인들은 하 검사의 수사를 훼방 놓는 극악무도한 무리로 나온다. 시청률이 20%가 넘는 드라마가 검찰은 '선', 정치를 '악'이라고 하니 국민이 검찰의 압수수색에 박수 치는 것」이라는, 한 민주당 의원의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드라마 ‘대물’의 주인공이 여성인 것에 대해 「왜 이렇게 여성 정치인만 띄우냐」고 ‘투정’을 부리는 대선 주자들의 목소리도 전했다.
국민들이 원하는 ‘공정사회’
이런 정치권의 생각과 ‘투정’은 ‘그들만의 착각’이다. 허 씨를 보는 수많은 국민들의 마음은 ‘저렇게 노래에 재능이 있는데도 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못했을까’라며 안타까워하고, 그가 결국 꿈을 이룬 것을 마치 자기가 꿈을 이룬 것처럼 함께 기뻐해주는 것이다.
즉 국민들이 바라는 ‘공정사회’는 간절한 희망과 노력으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성공한 사람이 많이 나오는 사회다. 이런 기회가 연예계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에서도 생기기를 바라는 것이다.
드라마 ‘대물’이 인기를 끄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국민들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국민이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는 건 ‘이 사람이라면 나와 내 가족을 대신해 우리를 편안하고 잘 살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표를 준 국민들보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활동하는 게 대부분이다. 정치권의 갈등 또한 국민을 위한다기 보다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게 다수다. 이런 정치인에 질린 국민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를 보는 국민들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생각할 뿐 현실에서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거라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
드라마에 일희일비하는, 경박한 정치인들
이런 두 가지만 봐도 정치인들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먼저 마시겠다고 나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뉴시스>와 <조선일보>의 보도를 접한 국민들은 이런 정치권의 행태에 황당해 한다.
사진업을 하고 있는 H 씨(33. 사진업)에게 이 보도를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웃긴다. 자기네들과 아무 관계도 없는 것들을 잘도 갖다 붙인다”며 “자기네들이 평소에 잘 했으면 뭐가 걱정이겠느냐, 지도자라는 사람들의 행동이 너무 경박하다”고 그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지금 정치인들이 ‘경박하다’는 H 씨의 말은 적확하다. 그런데 정치인들 스스로는 그 ‘경박함’을 모르는 것 같다. 드라마나 사회 유행에 일희일비하는 행동이야말로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경박한 기회주의자 정치인’으로 보일 수 있는데도 말이다.
만약 국민들이 바라는 ‘공정사회’를 만들어 이름을 남기고 싶다면, 정치인들은 그 ‘입’이 아니라 ‘손발’과 ‘머리’를 써야 할 것이다. 드라마 ‘대물’의 주인공처럼 인기를 끌고 싶다면 이미지 컨설팅을 받을 게 아니라 ’국민이 맡긴 일’부터 제대로 처리하는 게 먼저다. 그런데 '면제내각' 정부든 '중도개혁 여당이든 '자칭 개혁' 야당이든 이런 일부터 먼저 하려는 정치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지도자’라며 머릿 뉴스를 장식하고 매년 수천억 원의 세금을 축내는 것 때문에 국민들이 더욱 허 각 씨와 드라마 ‘대물’에 집중하는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