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측에 광고 중단·대국민사과 요구일각에선 ‘확대해석’ 지적도 제기
  • 한 노동 단체가 제약회사의 감기약 방송광고에 이의를 제기했다.

    민주노총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동아제약의 감기약인 ‘피린-큐’의 라디오 광고 ‘월차’ 편과 ‘관리실’ 편 등을 문제 삼고 방송 광고 중단을 요구했다.

    월차편 광고에는 “젊은 사람들이 감기 걸리는 거 자체가 문제야! 근데 뭐? 월차! 워~얼~차! 어디 월차를 내 개념 없이"라는 멘트 후 "으~슬 으~슬 감기엔 판피린-큐…”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광고가 ‘젊은 사람들이 아픈 것부터가 문젠데, 개념 없이 월차까지 낸다’는 주장을 통해 감기약의 구매를 선전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헌법상 행복추구권에 포괄되는 휴식권과 건강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사회에 확산시킨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한 광고라는 게 민주노총 측의 입장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월차 유급휴가는 2004년 7월 주5일제(주40시간)가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폐지됐고, 2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만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이 광고가 근로기준법의 권리를 부정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조장한다고 판단, 단순한 개그 패러디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관리실편 광고에는 “아, 나가는 겨?...요즘 부쩍 감기가 극성인디유, 그럴 땐 출근이구 뭐구 푸욱 쉬~유, 다음날 자리 없어지는 건 ...책임 못 지고유~, 그게 힘덜면 판피린큐가 좋아요...”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 광고와 관련해서도 “노동자들의 처지를 비하하고 보장받아야 할 생존권적 요구를 희화화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박성식 부대변인은 “한마디로 아파도 약 먹고 일하라는 착취정서를 바닥에 깐 광고”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동아제약에 문제가 된 '판피린-큐' 광고의 모든 중단과 대국민 사과광고(신문)를 공식 요구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에도 ‘판피린-큐’ 광고에 대한 심의와 그에 따른 중단조치를 요구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지적한 내용을 뜻하는 것은 절대 아니며, 본의 아니게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라며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 민주노총 측과 수정에 대한 의견 조율을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 중단과 사과광고 등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민주노총 측의 지적에 대해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광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차용한 개그 패러디 광고가 노동착취라는 민주노총 측의 해석은 다소 비약이 심하다"며 "이런 식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 광고가 얼마나 있겠냐?"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