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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김미화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KBS에 출연금지 문건이 있다"고 폭로해 불거진 'KBS 블랙리스트 사태'가, 최초로 '출연금지문건'의 존재를 언급한 인물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KBS 블랙리스트' 발언으로 KBS로부터 피소된 개그맨 겸 방송인 김미화는 26일 오전 10시 30분 경찰의 4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출두, 조사를 받기에 앞서 현재의 심경과 향후 계획 등을 밝혔다.
"경찰서 내에서 기자회견을 열 경우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는 경찰 측의 요청으로 정문 앞 '길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김미화는 "KBS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연예가중계 작가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김미화는 "KBS가 제출한 소장 내역엔 자신에 대한 처벌은 물론, 출연금지문건 존재 사실을 최초로 발설한 직원을 찾아내 처벌해 달라는 요구 사항이 담겨 있었다"며 "경찰 조사 내내 '누구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느냐'는 질문을 들었지만 끝까지 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미화는 "그러나 경찰이 (자신의)통화기록을 뒤져 연예가중계 PD와 작가를 알아냈다"면서 "오늘 경찰 조사에서 연예가중계 작가와의 대질심문을 받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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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인 김미화가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두, 경찰 조사를 받기 전 심경을 밝히고 있다. ⓒ 뉴데일리
◆김미화 "남편 음반홍보 거절에 앙심? 말도 안돼"
김미화는 "KBS가 경찰 조사에서 '김미화가 남편의 음반 발매 홍보를 위해 KBS 연예가중계에 출연 요청을 수 개월간 요청하다 거절되자 이에 대한 개인적 울분으로 트위터에 허위 사실을 게재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저와 제 남편이 재즈음악 앨범을 낸 것은 사실이나 음반이 완성된 것은 6월 말이고 제가 트위터에 글을 올린 날은 7월 6일"이라며 "따라서 수 개월간 출연 요청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단, 7월 13일 연예가중계에 (남편의)음반제작발표회를 취재할 의사가 있는지 제 친구이자 해당 프로그램 작가에게 물은 적은 있다"면서" KBS에 친구가 작가로 있으니 기회를 먼저 준다는 의미에서 보도자료를 만들기도 전에 우선적으로 의사를 타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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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인 김미화가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두,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김미화는 "당시 쇼케이스 취재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한 친구의 답변은 'PD와 회의를 해보니 김미화는 출연금지 문건이 있어서 출연이 어렵다더라. 윗 사람들과 오해를 풀어야겠더라'였다"면서 "지금 친구 작가는 '(본인은)그런 말을 안했다'라고 경찰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화는 "중요한 사실은 이같은 '홍보 논란'이 아니라 KBS에 '블랙리스트'가 유명 또는 무형으로 존재하느냐에 대한 문제라고 믿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지난 넉 달간 경찰조사에서 KBS가 보인 행태는 사건의 본질을 터무니없이 지엽적인 상황으로 호도해 KBS의 현장PD, 심지어는 작가와 저 김미화와의 진실 게임으로 몰아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미화는 "오늘 연예가중계 작가와의 대질심문을 위해 출두했는데 이제는 저의 오랜 친구와 진실공방까지 치르는 상황"이라면서 "저는 친구를 끝까지 보호해 주려고 노력했지만, KBS는 저의 친구 사이도 갈라 놓는 악역을 하고 계시다"고 밝혔다.
◆'임원회의 결정사항'이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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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에 대한 사과 표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김미화. ⓒ 뉴데일리
김미화는 소위 '블랙리스트'의 존재와 관련, "지난 4월 '다큐 3일'의 나레이션 문제에 대한 평상적인 '심의평'과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라는 2가지의 문서가 내려왔다"며 이것들이 바로 사실상의 '출연금지' 성격을 띠는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김미화는 "이같은 심의평은 평소에도 매주 봐 왔던 것으로 출연자의 발음에 문제가 있고 호흡이 짧다는 식의 내용인데, 이같은 심의실 의견이 어째서 김미화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연예인으로 규정, '임원회의 결정사항'으로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김미화는 "이를 두고 KBS가 평상적인 심의평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방송을 모르느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저처럼 28년 방송한 사람은 속이면 안된다. 왜 제 앞에서 떳떳하지 못하느냐. 또 그런 작가를 피디를 무시해가면서 어떻게 공영방송 KBS가 바로 설 수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덧붙여 김미화는 "KBS가 여러차례 제 변호사, 지인 등 여러 경로를 통해서 접촉을 해 와 'KBS가 고소를 먼저 취하하면 김미화는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면서 "더 이상 저에게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김미화는 이같은 요청을 한 게 누구냐는 질문에 "법무팀, 예능국장, 사장님 등 KBS 안에 있는 책임있는 사람들"이라고 지목했다.
◆KBS 관계자 "성격 맞으면 김미화 방송 출연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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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 관계자와 영등포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는 김미화. ⓒ 뉴데일리
한편 김미화의 이날 발언에 대해 지금껏 김미화와 대화를 시도해 온 KBS 관계자는 "이같은 사태가 촉발된 게 김미화씨가 트위터에 사실 무근인 글을 올렸기 때문인데, 원인 제공자가 사과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강한 반발을 보였다.
이어 "KBS 측에서 '고소를 취하한다면 (김미화는)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는 김미화의 발언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애당초 우리는 일괄타결을 요구해 왔다"며 "우리가 취하하면 저쪽에서 사과 혹은 유감 표명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KBS는 김미화란 개인을 상대로 법적 투쟁을 하는 게 아니라 KBS 내에 블랙리스트가 없다는 것을 명명백백하게 증명하기 위해 고소한 것"이라며 "최근 들어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된 만큼, 더 이상 개인을 상대로 거대 방송사가 소송을 제기하는 게 모양새가 안좋고 실익도 없다는 판단이 들어 '고소 취하'를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윤OO이나 김OO도 자유롭게 출연하는 마당에 김미화씨 역시 프로그램 성격이 맞으면 언제든지 출연할 수 있다는 게 KBS의 방침"이라며 "'연예인이 방송국과 마찰을 빚는 게 양쪽 모두에게 실익이 없으니 이쯤에서 끝내자', '우리가 고소를 취하하면 당신은 사과를 해라'는 식으로 동시에 이번 일을 마무리 짓고자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미화씨는 계속해서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며 "'그러면 우리가 백번 양보해 먼저 취하할테니 김미화씨는 사과나 유감, 둘 중에 편할 때로 하시라'는 마지막 제안을 던졌는데 이를 두고 김씨가 '조건부 취하' 운운하는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