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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의 암살 지령을 받은 남파 공작원이 추가로 적발되면서 북한의 공작요원들이 작년 말부터 경쟁적으로 황씨의 목숨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이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모씨는 지난해 12월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에게서 황씨의 거주지와 이동 경로를 파악해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고 지난 8월 탈북자로 가장해 국내로 잠입했다.
앞서 지난 4월 검거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김모ㆍ동모(복역중)씨가 김 총국장으로부터 황씨 암살 지시를 받은 것도 이씨와 비슷한 지난해 11월이었다.
지난해 2월 북한의 3개 공작기관이 정찰총국으로 통합되기 전까지는 이씨가 노동당 35호실, 김씨와 동씨는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이었다는 점에서 김 총국장이 황씨 암살 임무를 놓고 산하 조직에서 `충성경쟁'을 시킨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공안당국 관계자는 "누구든지 황씨를 제거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조직에서 경쟁적으로 지시를 내린 게 아닐까 싶다"고 해석했다.
이미 검거된 남파 간첩만 3명인 데다 국내에서 암약 중인 고정간첩망의 존재를 고려하면 황씨 암살 공작에 매달린 공작원의 숫자가 10명 가까이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황씨가 지난 9일 자택에서 심장질환으로 자연사함으로써 결국 북한 공작당국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지만, 북한이 최근 들어 주요 탈북 인사들의 동향 감시와 각종 대남 첩보활동에 주력하고 있다는 정황은 뚜렷하다.
최근 구속기소된 대북공작원 출신 간첩 박모(암호명 `흑금성')씨는 황씨와 김덕홍 전 북한 여광무역 사장, 1996년 강릉 잠수정 침투사건 때 붙잡힌 이광수씨 등 주요 귀순자 3명의 소재를 파악하라는 북한 작전부(현 정찰총국)의 지령을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또 1969년 전향한 무장간첩 출신 한모씨가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 상봉하는 과정에서 북한 공작기관에 재포섭돼 이한영(피살)씨 살해 지시와 황장엽씨 소재 파악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이 최근 수사과정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