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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촉발된 신한금융 사태는 라응찬 회장의 차명계좌 개설과 관련한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 통보,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재일교포 주주 기탁금 관련 의혹 등이 얽히면서 가지 말아야 할 길로 접어들었다.
40여년 한 금융회사에 몸담으며 형제애와 같은 신뢰를 쌓아왔다는 ‘신한 3인방’의 진흙탕 싸움을 보는 국민들이 오히려 민망할 정도다.
재일동포 주주들의 출자해 점포 3개로 출발한 신한은행을 국내 빅3로 키워낸 이들의 신화 는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파격적인 영업시스템을 도입하며 국내 금융계를 리드했던 명성과 신뢰는 온 데 간 데 없고 권력욕의 추한 모습만 드러내고 말았다.
지난 8일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방침을 통보받은 라응찬 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급거 귀국하면서 신한금융 사태의 흐름에 어떤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되었으나 11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실낱같은 기대는 사라지고 말았다.
“조직 안정과 발전을 생각하면서 입장을 밝히겠다. (거취문제를)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라 회장은 신한금융 빅3의 동반퇴진 가능성에 대해 “이 혼란기에 세 명이 동반 퇴진하면 조직이 어떻게 되겠느냐”며 “조직 안정과 발전을 위해 누군가는 수습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내년 3월 주주총회 때까지 회장직 유지 여부와 관련해 “가능한 한 공백 없이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 마디로 갈 데까지 가겠다는 자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빅3간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분명한 거취 표명을 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을지 모르나 신한금융사태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인 라 회장만은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렸어야 옳았다. 웃어른이 스스로 마음을 비우고 퇴진을 결정함으로써 후배들 역시 이를 뒤따라 신한금융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어야 마땅했다.
라 회장은 기자회견 중 자주 ‘조직 안정과 발전’을 입에 올렸다. 그러나 라 회장이 자리를 계속 지킨다고 이번 사태에 따른 신한금융의 치명적 상처가 봉합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이번 내분으로 신한금융의 한계와 문제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권력싸움 내분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신한금융지주 창립 9주년을 기념하며 지난 9월1일 월드클래스 금융그룹으로의 비상을 선언하고 바로 이튿날 신한은행이 전임 행장인 신상훈 금융지주 사장을 고소할 때부터 이미 화해할 수 없는 싸움이 되어버렸다.
라 회장은 자신이 물러난 뒤의 신한금융 경영 공백을 걱정하는 듯 하나 지나친 걱정이다. 신한금융 가족들은 물론 많은 금융인들이 신한 3인방 중 어느 한쪽이 남아 있는 한 분열과 대립의 불씨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잠시 혼란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월드클래스 금융그룹으로 비상할 수 있게 경영 풍토를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 여론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예전부처 여러 차례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혀온 만큼 망설일 이유가 없다. 라 회장을 포함한 ‘신한 3인방’이 과감히 용퇴하는 것이 40여년 외곬 금융인으로서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다. (방민준/ 본사 부사장, 컬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