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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과 함께 소주 세병을 나눠마신 둘이 식당을 나왔을 때는 밤 10시 반이다.
「어때요? 2차 갈까?」
눈 주위가 붉어진 박미향이 길가에 서서 묻는다. 불빛에 비친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좋지요.」
김동수가 박미향의 시선을 맞받으며 말했다.
「이번은 내가 사지요.」
지금까지 박미향에게 얻어먹기만 했던 것이다.
둘이 들어간 곳은 재즈바였는데 마침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다. 구석 쪽 빈자리를 찾아 앉은 김동수가 위스키를 시키고는 박미향에게 목소리를 높여 묻는다. 주위가 더 소란했기 때문이다.
「난 초짜인데, 세관원이 척 보면 알아낼거 아닙니까?」
「그렇겠죠.」
선선히 머리를 끄덕인 박미향이 말을 잇는다.
「그러니까 초짜가 그렇게 큰 덩어리를 들고 올 줄은 예상하지 못하는 거죠. 그게 바로 허점을 찌르는 방법이죠.」
「......」
「그래서 초짜 성공률이 높아요.」
「......」
「하지만 걱정할 것 없어요. 김동수씨는 짐을 찾고나서 맨 오른쪽 세관 검색대로 가기만 해요. 거기에 박명철씨라는 세관원이 있을테니까.」
「가기만 하면 된다구요?」
「그럼 그 사람이 알아 볼거에요.」
그때 시킨 술과 안주가 날라져 왔으므로 둘은 말을 멈췄다.
박미향의 제의가 놀랍지는 않다. 올게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동안 세파를 겪으면서 사회에는 결코 공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닳은 김동수다. 모든 결과에는 댓가가 있다는 것도 체험했다. 순수한 호의는 소설책 따위에서나 존재하는 것이다.
김동수는 잔에 술을 따르는 박미향의 손을 보았다. 만일 지금 박미향이 내민 손을 거부하면 뉴스타 상사에서 배겨나기 힘들 것이었다. 그렇다고 5천만원에 인생을 걸기도 뭣하다.
그때 박미향이 문득 머리를 들고 김동수를 보았다.
「부담되면 이번 작업에 빠져도 돼요. 다른 사람을 시킬테니까.」
「......」
「글고 우린 서로 모른 척 하면 되구요. 나 보기가 뭣해서 회사 그만두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
「이번 주말까지 결정하면 돼요. 그러니까 인상 좀 펴고 이제 술 좀 마십시다.」
하고 박미향이 술잔을 들었으므로 김동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 정신없이 끌려 다닌 기분이네.」
「난 그런 체질 아니라구요.」
한모금에 술을 삼킨 박미향이 입을 벌려 더운 기운을 품어내며 웃었다.
「난 밑에서 받는게 좋아요.」
「이젠 그런 말 안 어울리는데.」
「테스트 해보던지.」
「글쎄, 시동이 걸릴 것 같지가 않아서.」
「엔진이 얼었나봐.」
쓴웃음을 지은 박미향이 다시 제 잔에 술을 채우면서 말을 잇는다.
「내가 오부장의 세컨드로 소문이 났지만 실은 사장하고 몇 번 잤죠.」
놀란 김동수가 숨을 삼켰을 때 박미향이 빙그레 웃는다.
「머, 먼 사돈 관계니까 그쯤 보통이죠. 지금은 사장이 딴 여자한테 정신이 팔려서 나하고는 떨어졌지만.」
「......」
「오부장, 아니 형부도 나하고 사장 관계를 알았어요. 그래서 나한테도 함부로 못했지. 서로 얽힌 관계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