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수는 박미향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시골 출신이라고 해서 똥 오줌 못가리겠는가? 겸손하게 말한답시고 시골이라 했지만 도청소재지인 전라도 전주 출신이다. 고속버스를 타면 3시간, 서울에서 유행되는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세상이다.

    김동수는 박미향의 눈에 섞인 무시와 호기심을 읽는다.
    비율은 각각 절반. 호감은 물론이고 동경 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이윽고 김동수가 입을 열었다.
    「제가 좀 큽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십센티쯤 되져. 직경은 4.5센티정도. 직경 산출 해내느라고 원주율 공부 좀 했져. 글고.」

    잠깐 숨을 골랐더니 박미향이 시선을 그대로 꽂은 채 머리를 끄덕였다. 여전히 정색하고 있다.

    「재밌네요.」
    「보통 꽂으면 한시간은 갑니다. 그냥 꽂고 가만있는게 아니니깐 그 후부턴 상상에 맡깁니다.」
    「그런 말 듣고 넘어간 여자 있어요?」
    「백발백중.」
    「한발은 빗나간 것 같은데.」
    「난 애시당초 생각이 없었으니깐요. 과녁 보지도 않고 쏜거니까 계산에서 빼쇼.」
    「뭘 쏴요?」
    「구라.」

    김동수가 손가락으로 제 입을 가리켰다.
    「가끔 주딩이로 문전만 어지럽히고 가기도 하니깐요.」
    「이제 송이 중개상이 행불 될테니까 회사에서 며칠 난리가 날거에요. 표정관리 잘해요.」

    박미향이 시치미를 뚝 뗀 얼굴로 말을 잇는다.
    「특히 최과장 조심해요.」
    최과장은 김동수의 직속상관 최용기를 말한다.

    이제는 자작으로 양주를 잔에 따르던 김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염려 마십셔. 근데 다음 작업은 뭡니까?」
    「열흘 쯤 인터발을 뒀다가 시작하기로 해요.」
    「알겠습니다.」
    「자본금은 1천쯤 준비 해 놓아요.」
    「그러죠.」

    김동수의 시선이 힐끗 아직도 박미향 옆쪽에 놓여진 가방을 스치고 지나갔다. 박미향도 750만원을 투자하여 5배를 벌었다. 유민철과 일행 셋의 일당 4백을 빼도 단숨에 2천 6백을 번 것이다.

    그때 박미향이 말했다.
    「다음에는 김동수씨 몫에서도 경비 제할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당연하죠.」
    「자, 그럼 갈까요?」

    가방을 쥔 박미향이 말하더니 눈으로 발렌타인 17년을 가리켰다.
    「내가 계산 할테니까 그 술은 가져가세요. 다음에 여기 올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야겠네.」
    술병 마게를 찾으면서 김동수가 말했다.

    이런 곳은 체질에 맞지 않는다. 밖의 홀은 손님들로 차 있었지만 대부분 쌍쌍이다. 시끄러워서 10분만 홀에 앉아 있더라도 머리가 돌아버릴 것이었다.

    카페 밖으로 나왔을 때 박미향이 웃음 띤 얼굴로 김동수를 보았다. 전등 빛을 받은 얼굴이 싱싱했다. 안에서 보는 얼굴하고 또 다르다.

    「오늘 섹스 강좌, 인상 깊었어요.」
    「다음에는 쫌 더 찐하게 할까요?」
    「맘대로.」
    하더니 박미향이 몸을 돌렸으므로 김동수도 돌아섰다.

    바지와 저고리주머니의 묵직한 느낌이 전해지자 김동수는 어깨를 펴고 걷는다.

    그 순간 눈앞에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미싱사다. 경력 30년의 미싱사로 월급은 2백 5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