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여기 1천 2백 5십.」
    하고 돈을 센 박미향이 돈 뭉치를 김동수 앞으로 밀어 놓았다.

    밤 12시 반, 이 곳은 논현동의 룸 카페다.
    김동수는 박미향과 둘이 마주앉아 있었는데 테이블 위에는 발렌타인 17년짜리가 놓여졌다. 김동수로서는 처음 마시게 될 술이다. 왜냐하면 아직 병 마게도 뜯지 않고 돈 계산부터 했기 때문이다.

    「이거.」
    우물쭈물 하면서 김동수가 지폐와 잔수표가 절반씩 섞인 돈뭉치를 주머니 이쪽저쪽에다 쑤셔 넣는다.

    그동안 먼저 돈뭉치를 가방에 넣은 박미향이 술병 마게를 뜯으면서 물었다.
    「김동수씨, 이런데 첨 와요?」
    「예, 첨입니다.」
    돈을 다 쑤셔 넣은 김동수가 어깨를 펴고 대답했다.

    박미향이 밤12시에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던 것이다. 쓴웃음을 지은 박미향이 김동수의 잔에 술을 따르며 묻는다.

    「어때요? 기분이.」
    「얼떨떨한데요.」
    「뭐가요?」
    「이곳 분위기가 말입니다.」   
    「아니, 내 말은.」

    박미향의 눈썹이 조금 찌푸려졌다. 불빛에 반사된 눈동자가 반짝였고 그러고보니 얼굴 피부도 윤기가 난다. 화장을 한 것 같다.

    박미향이 똑바로 김동수를 보았다.
    「한탕 뛴 소감을 묻는거라구요. 내말은.」
    「아아.」
    해놓고 김동수가 한모금에 양주를 삼키고는 가만있었다. 이미 위장으로 떨어진 술맛을 음미하는 시늉이다.

    그러더니 머리를 들고 박미향을 보았다. 시치미를 뚝 뗀 표정이다.
    「난 금방 박미향씨하고 한탕 뛴 것이 아닌가 하고 잠깐 착각에 빠졌드랬습니다.」
    그러자 박미향의 입이 딱 벌어졌다. 눈도 크게 떠져있다. 그러더니 입을 다물었다가 열었다.

    「뭐라구요?」
    「저기, 박미향씨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건 왜 물어요?」
    「내 학력증명서 봤을테니까 내가 스물 일곱인 줄 아시져?」
    「그래서요?」
    「동갑이나 어리면 말 트려구요.」
    「많으면요?」
    「누나 삼든지.」
    「싫다면?」
    「싫증날 때까지 섹스 파트너 삼아도 괜찮습니다. 내가 쫌 하거든요.」
    「그렇게 안보였는데 웃겨.」
    「촌놈들이 쫌 싸납습니다.」

    여기까지는 주고받는 말이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나갔다가 그쳤다.
    박미향이 김동수의 빈잔에 술을 채워주는 동안에 말이 그쳐진 것이다.

    술병을 내려놓은 박미향이 똑바로 김동수를 보았다.
    「우리, 동갑이지만 서로 존대합시다. 그래야 일하기 편하니깐.」
    「받들어 모시져.」
    하고 다시 한모금에 발렌타인을 삼킨 김동수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캬아 했다. 소리가 커서 방안이 울렸다.

    그리고는 정색하고 말한다.
    「분위기 물으셨는데 이런 목돈 내 생전 처음 쥡니다. 감개가 무량하고 아직 비몽사몽이올시다.」
    「한달에 두 번씩만 해요.」
    「명령만 내리십셔.」
    「돈 조심하시고, 티내면 직방 걸리게 되어 있어요.」
    「염려 마시져.」

    그때 박미향이 문득 묻는다.
    「참, 섹스 잘한다고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