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민철이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닷새 후였다.
    다렌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오후 7시에 인천항에 도착했는데 유민철 일행이 약속한 장소에 나타났을 때는 밤 9시 반이다.

    「어, 기다렸어?」
    김동수를 본 유민철이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유민철은 커다란 가방 세 개를 끌었고 뒤를 따르는 일행 셋도 제각기 가방 세 개씩을 끌고 멨다. 저것이 다 송이인 것이다.

    「자, 봅시다.」

    김동수와 함께 기다리던 도매상 오탁근씨는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오로지 가방만 보면서 말을 잇는다.
    「저기 봉고차에다 하나씩 놓으셔.」

    이미 오탁근이 가져 온 낡은 봉고의 뒷문이 개구멍처럼 벌떡 열려져 있었고 불을 환하게 켠 안에서 검사원 둘이 버티고 앉아있다. 송이 검사원이다.

    「앗따 지기미, 서둘기는.」
    투덜대면서도 유민철은 웃음 띤 얼굴이다.

    봉고 뒤에다 가방을 쌓아놓은 일행이 하나씩 차 안으로 넣는다. 이 곳은 세관 근처였지만 인적도 드문 곳이다. 당당하게 세관 검사를 받고 나온 물건이라 걸릴 것도 없다.

    「어이, 좀 작네.」
    잘 포장된 스티로폼 박스를 연 사내 하나가 말했지만 유민철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조금 걱정이 된 김동수가 차 옆으로 다가서려고 했더니 유민철이 눈짓을 했다.
    「냅둬, 송이는 좋아. 시발놈들이 트집 잡으면 안팔면 돼.」
    그러고는 힐끗 오탁근의 뒷모습에 시선을 주었다. 오탁근은 이제 송이를 들여다 보고 있다.

    유민철이 물었다.
    「이봐, 김형. 정말 혼자서 하는 거요?」
    「그렇다니까요?」
    「근데 이렇게 노련해? 한 몇 년 해먹은 놈 가터.」
    「요즘 애들은 일찍 깬다고 합니다.」
    「하이고 말 하는 것 좀 봐.」
    하고는 눈으로 오탁근의 등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낮췄다.

    「저 친구, 도매상으로 몇 번 본 놈인데, 조폭이라는 말도 있던디.」
    「전 몰라요.」
    「모른데 어떻게 데꼬왔어?」
    「소개 받았거든요.」
    「누구한테?」
    「글세 모르셔도 된다니깐요.」
    「좋아. 오늘은 내가 참지.」
    하더니 유민철이 어슬렁거리며 오탁근의 옆으로 다가가 나란히 송이 검사를 구경했다.
    주위에 송이 배달꾼 셋도 담배를 피우면서 가방을 올리고 내린다.
    송이는 김동수가 보아도 고급품이다. 남자 성기처럼 잘 생겼고 흠집도 없다.

    이윽고 검사가 끝났을 때 오탁근은 현금과 수표로 7천 5백을 세어 김동수에게 내놓았다. 그리고는 생색내듯이 말한다.
    「이번은 첫 거래라 내가 걍 내는거야. 흠이 좀 있었지만 봐주는거라구.」
    「예, 알겠습니다.」

    약속대로 받는 바람에 기쁜 김동수가 건성으로 머리를 숙이며 돈 가방을 받는다. 오탁근이 요란한 봉고 엔진소음을 일으키면서 떠났을 때 김동수는 2천 5백을 세어 유민철에게 내밀었다.

    「어, 그려. 나도 잔소리 안하고 이번은 받지. 하지만 다음에는 안 통해.」
    돈을 받은 유민철이 눈이 찢어질 것처럼 흘겼다.
    그럴것이 유민철은 다렌에 도착해서 중개인을 만나고 나서야 이번 배달 상품이 송이버섯인줄을 알았던 것이다.

    「미안합니다.」
    쓴 웃음을 지은 김동수가 다시 머리를 숙였다.

    유민철은 5백 투자해서 하루만에 5배를 벌었다. 불만이 있을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