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 흥정 끝났어요.」
    다음날 점심때 노원구청 근처의 소갈비 식당에서 마주앉은 박미향이 말했다.

    미스박의 이름이 박미향이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박미향이 말을 잇는다.
    「유민철은 돈만 주고 송이를 받아오면 돼요.」
    「세관은 괜찮겠지요?」

    뻔한 물음이었지만 불안한 김에 그냥 물었더니 박미향이 젓가락을 들면서 말했다.
    「그쯤은 괜찮아요. 그걸 통과 못하면 그런 일 안하는게 낫죠.」
    「근데 도매상은...」
    「인천에서 내리면 바로 가져가기로 했으니까 그때 김동수씨가 가봐야죠.」
    「그럼요.」
    「도매상도 걱정 하실거 없어요. 입 딱 다물고 있을테니까.」
    「......」
    「물론 회사에선 난리가 나겠죠. 갑자기 송이버섯 준다는 놈이 오리발을 내미니까 말이죠. 하지만 어디 그런 일이 한두번인가?」
    「첨인가요?」
    하고 불쑥 김동수가 물었으므로 박미향이 머리를 들었다. 눈동자의 초점이 똑바로 향해져 왔으므로 김동수는 시선을 내렸다.

    그때 박미향이 머리를 들었다.
    「어때요? 내가 처음 이런 짓 한 것 같아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오부장 이거라고 소문이 났죠?」
    머리를 든 김동수가 박미향이 손가락 하나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새끼손가락이다.

    김동수가 그 손가락만 보고 있는데 박미향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 그 소문은 최과장이 냈겠고.」
    「아니, 그것이.」
    「최과장이 지난달 중국산 녹용을 들여와 2천쯤 벌었어요. 모르죠?」
    「모릅니다.」
    「아예 회사 정보를 가로채어서 회사에서는 모르고 있죠. 하지만 난 알아요.」

    새끼손가락을 접은 박미향이 다시 젓가락을 집으면서 말을 잇는다.
    「그 녹용을 사간 한약재상한테 들었거든. 내 정보망이 회사보다 넓다는 증거죠.」

    그때 김동수가 머리를 들고 박미향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김동수는 헛기침을 했다.
    「저, 알고 싶은게 있는데. 날 선택한 이유는 진짜 뭡니까? 불쌍해서 그랬다는 말은 믿을 수가 없어서 그럽니다.」
    「그것보다 더 궁금한게 있지 않아요?」
    「뭔데요?」
    「내가 오부장 그거라는 소문.」
    「난, 뭐 별로.」
    「상관없다는 말인가요?」
    「그것보다 남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기가 싫어서요.」
    「오부장은 내 언니 남편이죠.」

    순간 숨을 멈춘 김동수가 빤히 박미향을 보았다. 그렇다면 오부장이 박미향의 형부가 되겠다. 사장하고는 사돈 간인가? 머릿속 어지러운 것이 눈을 깜박이는 것으로 나타난 것 같다.

    박미향이 김동수를 바라보며 처음으로 쓴웃음을 짓는다.
    「왜요? 복잡해요?」
    「아니, 그게.」
    「처제 따먹는 형부도 많다니까 뭐.」
    「그래도 됩니까?」
    「따먹어도 되냐구요?」
    「아니, 이런 작업을 해도 되냐구요.」
    「그럼 어때요?」

    눈을 크게 뜬 박미향이 말을 잇는다.
    「내가 사무실에서 정보는 꽉 쥐고 있으니까 함 벌어 보자구요.」

    그때서야 갈비가 나왔으므로 박미향이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려놓으며 다시 웃는다.
    「글고 아까 질문 중에 하나만 먼저 대답하겠는데. 나, 이런 작업은 첨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