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병신.」
    오기호가 던진 볼펜이 김동수의 어깨에 맞고 떨어졌다.

    사무실에는 경리부 직원 미스 박 한사람 뿐이었다.

    「30키로나 모자란단 말야. 네가 월급에서 물어내, 이 자식아.」
    눈을 치켜 뜬 오기호가 목소리를 높였다.

    어제 받은 고추는 720kg이 아니라 690kg이었던 것이다. 오전에 배경필한테 720kg으로 쳐서 대금을 지급한 오기호가 열을 낼만 했다. 뉴스타에서 배경필에게 가져오라고 지급한 고추값은 600kg 분량은 시세에 따라 1백%에서 2백%까지 마진을 붙여 구입 해주는 것이다.

    「병신같은 놈.」
    씩씩거리던 오기호가 사무실을 나갔으므로 안에는 둘이 남았다.

    김동수가 바닥에 떨어진 볼펜을 집어 들고 자리에 앉았을 때 미스박이 말했다.

    「지금 송이버섯 들여오면 다섯배 장사는 돼요. 그러니까 혼자 해봐요.」
    놀란 김동수가 머리를 들었다. 미스박의 자리는 비스듬한 위쪽이라 김동수는 한쪽 귀만 보였다.

    입사 5개월이 되었지만 미스박이 말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상 새침한 표정을 짓고 시선도 마주치지 않았는데 언젠가 영업부 최과장하고 술을 마시다가 들었더니 오기호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즉시 미스박은 김동수에게 관심 밖의 대상이 되었다.

    다시 미스박이 말을 잇는다.
    「배경필씨 말구요. 같이 다니는 유민철씨라고 있어요. 그사람한테 부탁하면 두말 않고 같이 하자고 할거에요.」

    그때 김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스박 옆으로 다가간 김동수가 묻는다.
    「저기, 왜 나한테 그런 정보를 줍니까?」
    「불쌍해서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 미스박이 머리를 들고 김동수를 보았다.

    화장 안한 얼굴이 뽀얗다. 머리는 뒤로 뭉쳐서 고무줄로 묶었는데 말꼬리 같다. 그러고보니 눈 밑과 콧등에 주근깨가 20개쯤 있다. 눈동자는 갈색이고, 입술이 말라서 세로로 네줄이 갈라졌다. 나이는 스물셋? 아니면 넷? 김동수 나이보다 두어살 쯤 어린 것 같다.

    그때 미스박이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묻는다.
    「뭘 그렇게 봐요?」
    「저기, 유민철씨는 아는데요. 내 부탁을 들어줄까요? 혹시...」
    「김동수씨도 주는 것이 있어야죠.」

    여전히 굳어진 표정으로 미스박이 말을 잇는다.
    「그사람들한테 중요한 건 정보죠. 정보는 우리가 빠르니까요. 그러니까 송이를 사오라는 거죠. 내가 송이 갖고 있는 사람을 아니까.」
    「그, 그렇다면.」
    「회사보다 빨리 구해와야 되죠. 회사가 다음 주에는 송이 운반을 해올테니까요.」

    김동수의 등에 찬바람이 스치고 지나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 미스박은 회사 정보를 빼내 먼저 선수를 치자는 것이다. 회사 등을 처먹자는 말이었다.

    입 안의 침을 삼킨 김동수가 더듬거렸다.
    「저기, 나는 돈이 이백오십 정도밖에 안되겠는데, 될까요?」
    「우리, 1천만원으로 해요.」

    그 순간 다시 김동수가 침을 삼켰다.
    우리라면 김동수와 미스박을 말한다. 그렇다면 미스박이 나머지 7백 5십을 낸다는 말이 아닌가?

    다시 미스박의 말이 잇는다.
    「유민철씨한테 5백 내라고 해서 1천 5백만원어치 송이를 구입 하는거죠. 송이 구입처는 내가 알려 줄께요. 회사보다 먼저 선수를 치고 10%쯤 값 올려주면 문제 없어요.」

    미스박의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