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 여자들의 행선지는 상계동이어서 장안평이 회사인 김동수는 곧장 가면 되었다.

    차가 고속도로로 접어들었을 때 옆자리에 앉은 아줌마가 김동수에게 물었다.
    「고추는 장사가 잘 돼요?」
    「그저 그래요.」
    건성으로 대답한 김동수도 묻는다.
    「아줌니는 뭘 가져오셨는데요?」
    「우린 우황청심원.」
    「예에?」

    놀란 김동수가 아줌마와 뒷자석에 앉은 여자까지 번갈아 보았다. 물론 뒷좌석은 백미러로 보았다.
    「아니, 우황청심원을 가져 오셨다구요?」
    「그래요.」

    김동수의 표정에 놀란 듯 아줌마의 반응도 딱딱해졌다. 아줌마가 되물었다.
    「우황청심원이 어때서요? 그거 가져가면 열배 장사는 된다던데.」
    「누가 그래요?」
    「우리 동네 아줌마가. 아줌마는 그걸 넘길 사람을 소개시켜 준다고 했다우.」
    「누가 사간다는데요?」
    「시골 돌아다니면서 팔 모양이여.」
    「잘못하면 큰일납니다.」

    차의 속력을 줄이면서 김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거 먹고 탈 난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신고하면 걸립니다.」
    「아니, 이건 진짜라는데.」

    얼굴을 굳힌 아줌마가 힐끗 뒤쪽을 보았다.
    「약방에서 산거라구. 보증서도 있고, 중국 약방 쥔이 직접...」
    「다 가짭니다.」

    머리를 저은 김동수가 말을 잇는다.
    「중국 약방은 한국처럼 정품만 파는게 아니라구요. 그 보증서는 여기서 아무 쓸모도 없다니까요.」

    김동수가 아직 반년도 안된 쫄따구지만 아줌마 가르칠 실력은 된다. 아줌마가 그야말로 초짜였기 때문이다. 초짜는 제 몫이 줄어들까봐 뭘 가져오는지도 감추는 바람에 사고를 더 키운다. 아줌마가 그런 꼴이었다.

    「엄마, 이거 어떡해?」
    둘은 모녀였다. 뒷자석의 여자가 비명같은 외침을 뱉았으나 아줌마는 머리를 젓는다. 안간힘을 쓰는 것 같은 표정이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이게 어떤 돈으로 산 물건인데.」

    그건 진짜 상관없는 발언이다. 입맛을 다신 김동수가 다시 묻는다.
    「얼마나 사오셨어요?」
    「10개 만원씩 7천개, 8백개는 덤으로 받고.」

    그러면 7백만원어치 가짜 우황첨심원을 샀다. 그 성분은 흙이나 소똥, 또는 보릿가루까지 다양하다.

    「아니,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보시면 다 알려줄텐데요. 그 배경필씨도.」
    김동수가 나무래듯 말을 잇는다.
    「그런일은 사람들한테 물어 보셨어야죠.」
    「난 몰라.」
    하고 뒤에서 다시 외침 소리가 났으므로 김동수는 입을 다물었다.

    「그럼 어떡해요?」
    이제 뒤쪽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백미러에 비친 여자의 얼굴은 첫인상과는 전혀 다르다. 입은 반쯤 열려졌고 치켜 떠진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마악 울음을 터뜨리려는 모습이다. 나이는 스물 대여섯쯤 되었을까? 김동수 또래로 보였다.

    「아냐. 내가 그 아줌마 만나 확인 할꺼야.」
    아줌마가 기를 쓰듯 말했지만 어깨가 늘어졌다.

    김동수가 백미러를 향해 말했다.
    「한번 그 아줌마 만나 상의 해보시지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