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조, 월화극 '동이' 촬영 보이콧…실제 타깃은 MBC'동이', 다음주 '결방' 불가피, '글로리아'는 극적 타결
  • '동이' '장난스런 키스' '김수로' 무더기 결방 위기

    방송가에 불어닥친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급기야 드라마 '결방'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며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동이의 제작사 '리더스' 측에 따르면 당초 3일 오전부터 경기도 일산 세트에서 MBC 월화드라마 '동이'의 6~7일 방영분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한예조 집행위원들이 대거 '동이' 촬영장을 방문, 소속 연기자들을 설득해 제작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 ▲ 한예조 김응석 위원장  ⓒ 뉴데일리
    ▲ 한예조 김응석 위원장 ⓒ 뉴데일리

    한예조 소속 연기자들이 끝내 드라마 출연을 거부함에 따라 결국 오후 5시부터 촬영 스태프 전원이 철수, 49회와 50회 촬영을 하지 못한 '동이'는 당장 다음주부터 정상적인 방영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물론 4일이라도 촬영이 재개된다면 시간상 다음주 방영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3일 오전부터 '동이' 촬영 문제로 협상을 계속했던 한예조와 제작사가 극심한 이견차를 보이고 있어 주말까지 타결점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한예조는 제작사 '리더스'가 그동안 밀린 출연료 6억9872만원 전액을 일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출연료 선지급'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리더스'는 "미지급금을 한꺼번에 주는 것은 어렵다"며 "다만 일부라도 지급을 할테니 우선 촬영을 재개하자"는 입장을 한예조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더스'는 연기자들에게 6월분까지만 출연료를 지급한 상태라, 촬영을 재개하기 위해선 7~8월 촬영분 출연료는 물론 9월 현재까지의 출연료를 모두 지급해야 할 형편이다.

    이와 관련 한예조 관계자는 "현재 제작사 측과 이야기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는 진행되거나 변경된 상황이 없다"고 밝혀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음을 드러냈다.

    ◆주말극 '글로리아' 협상 타결, 촬영 재개 = 한편 한예조의 주장에 연기자들이 동조, 2일 오후 3시경부터 8회분 출연료 지급을 요구하며 촬영 중단에 들어갔던 MBC 주말드라마 '글로리아'는 협상테이블에 나오지 않고 있는 MBC 대신 제작사 '신영 이엔씨(E&C)'가 한예조 집행부와 단독 협상을 벌여 극적으로 촬영이 재개됐다.

    출연료 전액 지급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던 한예조와 제작사가 '의견 일치'를 보임에 따라 3일 오후 1시부터 촬영이 다시 시작된 '글로리아'는 다음 주말분 촬영을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예조 관계자는 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드라마 '글로리아' 는 제작사인 신영E&C와 합의서에 사인을 한 이후 오후 1시경 촬영이 재개됐다"고 밝히면서 "신영E&C의 경우, 한예조 측에서 우량 기획사라고 여기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합의 의사를 전해와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정작 중요한 MBC와의 협상에 진전이 없어 제작사와 별도로 출연료 문제를 협의 중"이라는 사실을 거론하며 "여전히 MBC방송국이 방관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 ▲ 다음주 '결방'이 예상되는 MBC드라마 '동이'
    ▲ 다음주 '결방'이 예상되는 MBC드라마 '동이'

    이어 "일각에서 글로리아와의 협상 타결을 지적하며 저희가 MBC를 타겟으로 한 준법투쟁을 거두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으나 그런 것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한 뒤 "모든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방송사가 움직여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데도 오히려 아무런 액션이 없는 MBC가 좀 이기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제작사 측의 요청을 저희들 입장에서는 마냥 외면할 수 없었다"면서 "제작사 입장에서 이렇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MBC가 언제까지 계속적으로 방관의 자세를 취하고 책임을 떠 넘기는 상황을 밀고 나갈지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신영E&C "9월 30일 입금할 출연료 미리 지급" = 그러나 3일 오후 한예조와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한 신영E&C 역시 이번 사태로 인해 입은 상처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 제작 관계자는 "지금껏 6~7개 정도의 드라마를 제작해 오면서 단 한번도 출연료를 미지급한 사례가 없었다"면서 "'글로리아'도 지난 7월 31일 첫 방송돼 익월인 8월 31일 전월분 출연료가 지급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기 진작 차원에서 이를 다소 앞당겨 지난달 26일, 7월분 출연료 지급을 완료한 것"이라고 설명한 이 관계자는 "마찬가지로 8월분은 다음달인 9월 30일 연기자에게 입금하는 게 정상적인 수순인데 한예조에서 2일 오후 7시경 배우들을 막고 '입금을 당장 시켜라' '출연료를 선지급해라, 그러면 풀어주겠다'고 말해 제작사 입장에서 방송이 나가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 9월 30일 입금할 출연료를 미리 지급한 것"이라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출연진 중에서도 출연거부에 동참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분도 없었다"면서 "2일 한예조 관계자들이 찾아와 오후 3시경 배우들을 다 모아 놓고 얘기를 하며 촬영을 못하게 막았다"고 밝혔다. 이에 "잠시 쉬었다 오후 7시 다시 모여 촬영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는데 7시가 되자 다시 한예조 측이 연기자들을 모아 대기실에 집결시켰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방송국에선 아무런 대책도 없었고 제작자로선 방송을 안 내보낼 수가 없어 당장 출연료를 지급하고 입금표를 가져오라는 한예조의 요구에 응한 것"이라고 답한 이 관계자는 "연기자들의 심정도 이해하지만 투자가 이뤄져야 수익이 발생하는 제작사 생리상 다소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선지급, 관례화되면 곤란…스태프에게 피해 돌아갈 수도" = 한편 제작 관계자들 사이에선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해결하는 와중, 제작사로부터 '선지급'이 이뤄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분위기다.

    한 외주 제작사 PD는 "모 드라마의 경우 급한 불은 껐겠지만 실질적으로 모두가 피해자인 셈"이라며 "한예조에서 자꾸만 연기자에 대한 선지급을 요구하다보면 훗날 재정이 악화 돼 정말로 돈을 지급하지 못할 상황이 올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스태프들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 지난 3일부터 촬영이 재개된 드라마 '글로리아'
    ▲ 지난 3일부터 촬영이 재개된 드라마 '글로리아'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자칫 연기자들의 이기주의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면서 "연기자들에겐 노조가 있으니까 선지급을 요구할 수 있고 노조가 없는 스태프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당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이들의 불만이 또 다른 파행을 불러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제작사 입장에서 보자면 만일 선지급이 관례화되면 계약서를 쓸 필요도 없다"면서 "이는 돈을 한 보따리 싸들고 와서 드라마를 찍으라는 것 밖에 되질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적으로 촬영 개시 한달 전에는 돈도 들어오지 않고 투자 제안도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익월에 출연료를 지급하는 관례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드라마가 8~10회 정도 진행이 될 때까지 10억원 이상의 지출이 이뤄지는데 만일 출연료 선지급이 일반화 되면, 촬영이 시작되기 전 스태프 인건비나 촬영 경비 등을 포함, 20억원 이상을 미리 싸들고 제작에 뛰어들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드라마가 방송된 이후 광고주의 콜을 받아 투자가 이뤄지는 제작 관행을 지적한 이 관계자는 "MBC 같은 방송사 역시 방송이 나간 후에 돈이 (광고주로부터)지급되므로 약 2달간 출연료 지급이 딜레이 되는 일이 발생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 관계자는 "출연료에 대한 지급 보증을 방송사가 서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나 지금처럼 출연료 미지급 가능성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선지급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예조와 MBC, '이견대립' 팽팽…접점은 없나? = 한예조는 외주제작사의 출연료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제작사가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원인은 방송사에 있는 만큼 출연료 미지급 해소를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무기한 촬영을 거부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MBC는 "미지급금 사태에 대해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나 한예조의 촬영 거부는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는 등 업무방해 성격이 짙다"며 "미지급 출연료 문제는 원칙적으로 외주사의 문제"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MBC가 한예조와 '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가 '명분' 때문이 아닌 올해 초 파업으로 인한 '경영 악화'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31일 현재 출연료가 미지급된 외주제작 드라마는 KBS가 3개, SBS가 4개인 반면 MBC는 7개에 달하고 있어 방송사가 지급 보증을 통해 출연료를 대신 떠안기엔 다소 부담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있다. 경영 상태 악화나 외주제작 드라마의 비율 문제는 핑계일 뿐이며 실제 방송 3사의 순이익은 미지급 출연료를 감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지적. 이와 관련 한예조는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근거, 지난해 방송 3사의 순이익은 KBS가 693억원, MBC가 746억원, SBS가 238억원 총 1677억원으로 나타났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한예조 관계자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어디까지 외주제작사가 가장 먼저 책임을 져야 하지만 방송사가 검증되지 않은 부실제작사에 제작을 맡긴 뒤 해당 제작사에 터무니없이 적은 제작비를 지불하고 작품을 만들어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히며 "제작사가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게 만든 원인은 다름 아닌 방송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