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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명하는 잠자코 회를 먹고 술을 마셨다. 담담한 표정이어서 기분이 상한 것 같지 않았다.
그 때 핸드폰이 진동으로 떨었으므로 이동규가 바지에서 꺼내 보았다. 어머니다.
분위기를 짐작한 이동규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심명하에게 말했다.
「미안, 엄마야.」이동규는 서둘러 식당 밖으로 나와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바깥 바람이 서늘하게 피부에 닿는다.
「왜?」
「너, 너, 군대 간다고?」
송화구에서 어머니의 비명같은 말이 들렸을 때 이동규의 가슴이 왠지 차분해졌다.가만 있었더니 어머니가 다시 외친다.
「왜? 왜? 왜!」
「아유 시끄러.」
해놓고 이동규가 검은 밤바다를 보았다. 파도가 껍질이 벗겨지는 것처럼 다가오고 있다.「미국 가는 것보다 나아.」
이동규가 소리치듯 말했더니 어머니는 놀란 것 같다.삼초쯤 가만있다가 이제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미국에서도 알아?」
「아니.」
「그럼 너 어쩌려고 그래?」
「군대 간다는데 누가 뭐래? 남자라면 당연히 가야할텐데. 난 LA사람들하곤 다른 인간야.」
「......」
「그래도 우리 집안에선 내가 혼자라도 대표로 가야되지 않겠어? 나까지 안가면 휴전선은 누가 지키라는 거야?」
「아이구, 기가 막혀.」
「돈을 철조망에다 대신 걸어놓을 순 없지 않겠어?」
「너, 지금 어디야?」어머니가 물었으므로 이동규가 힐끗 식당 안을 보았다. 심명하는 이쪽에 옆모습을 보인 채 회접시를 내려다보고 있다. 뭔가 생각하는 것 같다.
「나, 친구하고 같이 있어. 내일 아침에 다시 연락할게.」
이동규가 말했더니 어머니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너, 입영날짜가 다음달 12일이야?」
「그래.」
「나 못살아.」어머니의 말이 더 이어지기 전에 이동규는 핸드폰을 귀에서 떼었다. 할아버지한테서 내막을 들은 어머니는 그야말로 기절초풍을 한 것 같다. 미국 대신 군대에 갈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었다.
다시 앞자리에 앉았을 때 심명하가 머리를 들고 이동규를 보았다.
「아까 니가 한 말을 좀 생각해 봤는데 말야.」심명하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 얼굴은 자주 보았다. 수업 빼먹고나서 심명하한테 강의 내용 설명 들을 때의 표정이다.
「너하고 그 사람하고는 생각이나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니까 안쓰러울 것 없어.」
이동규의 시선을 잡은 심명하가 한마디씩 말을 잇는다.
「그 사람은 오히려 네가 안쓰럽다고 생각할거야. 그러니까 서로 상관 안하면 돼.」
「야, 그럴 수가 있니?」다시 술잔을 집으면서 이동규가 쓴웃음을 짓는다.
「같은 민족, 같은 청춘, 같은 의무를 진 처지에 말야.」
「넌 암말 말고 미국이나 가.」이맛살을 찌푸린 심명하가 술잔을 들더니 한모금에 삼켰다. 그러더니 팔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피곤해. 씻고 자자.」
「어휴. 네 입에서 자자는 소리가 나오다니.」반색을 한 이동규가 엉거주춤 엉덩이부터 들면서 말했다.
「세상에. 이런 때도 있구나. 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