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간 회동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우려에 "그런 일이 생기면 책임지고 브리핑 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김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괜히 이것(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회동)을 나만 놓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은 떨쳐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좋은 일이 있다면 왜 안 알리겠습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7·28 재·보선에서 여당이 압승하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8·8 개각이 이뤄지면서 두 사람간 회동은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친박계에선 회동 무용론까지 거론했다. 청와대에서도 "특별히 준비하는 게 없다"는 메시지만 내놨다.

  • ▲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때문에 '이명박-박근혜'회동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전망을 뒤집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지난 21일 오찬 회동을 했다. 배석자 없이 95분간 이뤄진 두 사람의 6번째 회동은 이전과 달리 분위기가 좋았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평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소개한 회동 에피소드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승용차에 오르기 전 배웅 나온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이번 회동을 성사시키느라고 고생하셨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도 회동 결과를 만족스럽게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 친박측 반응도 그렇다.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이뤄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데 공감을 했다고 청와대와 친박측은 밝혔다. 회동 결과만 놓고 보면 양측 모두에게 이번 회동은 '플러스'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는 약속과 달리 이번 회동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회동을 사전에도 공개하지 않았고, 사후에도 특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런 일이 생기면 책임지고 브리핑 하겠다"는 약속을 청와대는 깬 것이다.

    회동을 비공개로 진행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 묻자 김 대변인은 23일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분이 서로 충분히 마음이 통하고 좋은 결론을 얻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사실 그동안 준비과정에서 (회동) 이후에 나왔던 결론을 놓고 사후에 이런 저런 다른 말이 나오며 (만남의) 의미가 퇴색되거나 좋은 영향이 감했던 것 같다. (이번 회동) 준비에서 조심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이 회동을 통해 지금까지의 불편한 관계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면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때부터 지금까지 티격태격 하던 두 사람을 지켜봐 온 국민들로선 과연 두 사람이 어떤 계기로 '화합'을 약속했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협조'를 할 것인지에 대해 궁금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궁금증에는 뭐라고 할 것이냐"고 물었지만 김 대변인은 "큰 줄기는 설명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이 말한 큰 줄기 중 하나인 '공정한 차기 대선 경선 관리 약속'을 묻자 그는 "언론에서 해석한 것이고, 박 전 대표가 한 워딩 외에는 실무진도 아는 바가 없다. 추가로 더 할 말이 있다해도 박 전 대표가 공개를 하기로 했기에 정당 쪽에서 취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좋은 일이 있다면 왜 안 알리겠습니까"라던 김 대변인의 말처럼 이전과 달리 두 사람 회동 결과가 좋았다면 지난 3년간 국민들로 부터 지탄받았던 두 사람의 갈등이 어떻게 해소됐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풀어줘야 한다. 두 사람의 회동 공개 약속을 깼다면 그 궁금증이라도 풀어줘야 그간 두 사람 갈등으로 고통을 겪은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아무런 설명 없이 '우리 화해했다'고 한다면 국민들은 두 사람 회동을 이전 보다 나아진 '쇼'로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