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방향의 가장 큰 중심은 '친서민'이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던진 '공정한 사회'도 친서민과 맥을 같이 한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청와대의 힘을 좀 빼고 각 부처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친서민 정책의 중심은 '지식경제부'가 될 것이다.

  • ▲ 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 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20일 국회에서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서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재산은 본인 소유의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9억7600만원)와 본인 예금(5억558만원), 부인 소유의 전세권·상가 등 총  20억4153만원.

    이 후보자의 업무 능력이나 전문성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도 "유능한 공무원인 것 같다"고 평했다.

    하지만 문제는 도덕성이다. 이 후보자 부인이 지난 2006년 지인 두 명과 서울 창신동 뉴타운 개발 예정지에 '쪽방촌' 주택을 구입한 것을 두고 '투기'의혹이 제기됐고, 지난해 1월 퇴직 후 로펌인 '김&장'에서 15개월간 자문료 등으로 5억7250만원을 받은 점, 지난해 인천 부평을 재선거 출마할 때 신고 된 재산이 6억 이상 증액된 점은 '친서민 장관'이란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 후보자는 장관으로 임명되면 '친서민'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이날 청문회를 통해 공개된 그의 재산 형성 과정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의원들의 소개로 공개된 이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의 일부는 이렇다.

    노영민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김&장에 15개월간 근무하며 받은 급여가 5억7250만원이고 여기에 차량과 기사 사무실 제공까지 하면 7억 정도 되다"고 말했다. 한 달 급여로 4000만 원가량을 받은 것이다.

    노 의원은 "이 후보자가 한 일이 변호사들에게 경제 흐름 및 방향에 대해 조언해 변호사들의 식견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다고 돼 있는데 어떤 방법으로 조언을 했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의 답변은 "구체적인 사건을 자문한 적은 없고, 강연은 안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같은 기간 10개월 간 한양대 교수로도 근무했다. 이 기간 받은 급여는 4400만원. 한 달 급여로 440만원을 받은 것이다. 노 의원은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학교에 나갔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갔다"고 답했다. 당시 이 후보자는 매일 '김&장'에 출근을 했다고 답했다. 노 의원이 "일주일에 한 번은 대학에 나갔으면 김&장에는 매일 나가지 못했겠네요"라고 묻자 "(낮에는 김&장에서 일하고) 오후에 대학을 갈 수도 있었다"고 답했다.

    같은 기간 이 후보자는 전라남도 투자유치자문관으로도 활동했다. 5개월간 활동하며 1500만원을 받았다. 같은 당 강창일 의원은 "그 외에 강연비 받은 것은 그냥 빼고 얘기합시다"라고 말해 이 후보자가 같은 기간 번 돈은 그 이상이다.

    투기 의혹을 받은 '쪽방촌' 주택 구입 목적은 '노후대비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이 후보자가 매달 270만원의 공무원 연금을 받고 있고, 2곳의 상가에서 월세 수입도 있다. 현재 재산만도 40억 원이 넘는 사람이 무슨 노후 대비를 위한 부동산이 필요하냐"고 따졌다.

    더구나 이 후보자는 노후대비용으로 구입한 이 주택을 구입 4년이 지나도록 단 한 차례도 가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재산 관리는 집 사람이 했고 저는 일이 바빠서…"라는 게 이유다.

    이 문제에 대해 이 후보자는 "경위야 어찌됐든 제 집 사람이 한 것이지만 제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지금껏 재산 형성 과정을 미뤄볼 때 "장관으로 임명되면 친서민 정책을 펼치겠다"는 그의 발언이 청문회를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얼마나 와닿을지는 의문이다. 

    청문회를 본 네티즌들은 "배우자가 쪽방촌에 투자할 정도로 이재에 밝은데 서방님이 국가경제의 수장으로 근무하려면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밤새도록 베겟머리에서 정보요구에 진이 빠질 텐데…"라고 비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