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경찰 대상 정훈교육 발언으로 정가가 떠들썩하다. 그의 발언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바로 ‘노무현 前대통령 자살 직전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것. 이 발언에 대해 노무현 재단 관계자는 물론 야당은 청와대에 조 내정자의 내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조 내정자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도 물을 태세다. 이에 조 내정자는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노 前대통령 차명계좌 의혹 나오는 이유

    노무현 前대통령의 비자금 계좌가 밝혀졌다는 조현오 내정자의 발언은 가히 ‘폭탄급’이었다. 그의 지지자들은 물론 다수의 국민들조차 노 前대통령은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 당시의 친인척 및 측근 비리 특별수사, 정권이 끝난 직후 벌어진 건설공사 외압비리 수사 과정에서 논란의 근원이 되는 부분들이 보인다. 바로 그의 측근과 가족들 때문이다.

    2009년 초, 노 前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와 조카사위 연철호 씨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받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창업투자회사를 세워 국내 벤처기업 O사와 A사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A사는 권양숙 여사의 동생 권기문 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고 O사는 노건호 씨의 스탠포드 대학원 동문이 대표인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워 국내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인척이 조세피난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창업투자회사를 만들어 한국에 있는 회사에 우회투자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논란이 됐었다.

    측근 문제도 있었다. 홍경태 前청와대 행정관은 2008년 8월 건설수주 외압과 관련된 혐의로 출국금지를 당했으나, 이틀 전 해외로 떠났다. 그런데 그 다음 행동이 석연치 않았다. 경찰이 검거에 나섰음을 알 텐데도 같은 해 9월 6일 오전에 입국, 경찰에 자진출석해 체포된 것이다. 이 같은 홍 前행정관의 행동은 ‘스스로 떳떳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중요한 부분은 그가 다녀왔다는 나라가 말레이시아였다는 점이다.

    말레이시아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국제금융의 중요성을 인식, 휴양지인 라부안을 조세피난처로 만들었다. 이후 라부안은 ‘한국인들을 위한 조세피난처’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한국에서 온 검은돈을 세탁하는 주요 장소로 부각됐다. 여러 대기업이 라부안을 통해 한국에 우회투자를 한다는 소문도 여의도에는 파다하다. 그런데 홍경태 前행정관은 이전에도 수 차례 말레이시아를 다녀왔다고 한다. 그 해에만 4월, 6월, 8월 세 차례 말레이시아를 다녀왔다고 한다.

    참고로 홍경태 前행정관은 실질적인 소유주가 노무현 前대통령이었던 생수회사 ‘장수천’의 대표를 맡기도 했으며, 2003년 1월에는 문병욱 썬앤문 그룹 회장(집행유예 석방)의 부탁을 받고선 노무현 前대통령과의 점심식사 자리를 주선하기도 했을 정도로 노 前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다. 이런 홍 前행정관의 행적은 ‘차명계좌’ 의혹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언론, 조현오 ‘차명계좌 발언’을 부각하는 이유

    한편 언론계는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발언을 그저 단순한 ‘실수’라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치안기관임과 동시에 거대한 정보조직이기도 한 경찰 수장 내정자가 뭔가 정보가 없이 그런 이야기를 함부로 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특히 노 前 최측근의 잦은 말레이시아 행, 아들과 조카사위의 조세피난처 활동을 기억하는 언론은 분명 조현오 내정자가 경찰 조직을 통해 뭔가를 알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면서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물론 노무현 재단과 야권 관계자들의 주장처럼 노 前대통령의 차명계좌라는 게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노 前대통령의 측근이나 가족이 조세 피난처를 이용해 차명계좌로 자금을 관리했다면 이는 노 前대통령의 주요 친인척이나 측근은 물론 야권까지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에 언론은 사태의 추이를 유심히 살피면서 조금씩 논란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현오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노무현 前대통령의 차명계좌 의혹의 근거를 제시하거나 노무현 재단 또는 야권에서 노무현 정권 시절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투명한 근거를 제시하기 전까지는 지금의 논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