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한동대학교 2학년생 4명이 8월 9일 유럽으로 강 ‘여행’을 떠난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유럽의 주요 강을 탐구하고 관련자들을 인터뷰한다는 거창한 계획이다.
    유럽으로 떠나는 여행이 어떻게 4대강과 관련될까?
    이들이 떠나는 목표는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사업을 마무리 지을지, 사업 이후 4대강을 어떻게 우리와 후손들이 활용하게 할지, 사업관련주체와 국민들이 가져야할 방향을 찾아보자’는 거창한 목표다.

  • ▲ 유럽엔 강 정비를 하면서 갈등은 없었는지, 어떻게 강을 활용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유럽으로 가는 한동대학생들. 왼쪽부터 김지환,장민하,유주형 군. 이주헌 군은 사진촬영을 원하지 않아 빠졌다. ⓒ 뉴데일리
    ▲ 유럽엔 강 정비를 하면서 갈등은 없었는지, 어떻게 강을 활용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유럽으로 가는 한동대학생들. 왼쪽부터 김지환,장민하,유주형 군. 이주헌 군은 사진촬영을 원하지 않아 빠졌다. ⓒ 뉴데일리

    유주형(도시환경공학2, 23)군은 “지금까지 4대강 논란을 보면 무조건 반대가 많았어요. 이제와서 그만둘 수도 없잖아요. 실제로 보면 유익한 게 더 많은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네덜란드엔 room for the river라는 장기 하천관리 계획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 나라가 어떻게 하천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눈으로 볼 예정입니다. 또 템즈강이 수질이 나빴는데 지금은 좋아진 이유, 프랑스 센강도 어떻게 관리해 시민들과 가까운 강이 됐고, 세계적인 명소가 됐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조사할 생각입니다”
    당찬 포부를 밝히는 유주형 군의 눈빛이 반짝였다.

    사실 요즘 일반인들도 ‘멀리 있는 4대강’에 대해선 잘 모르는 점이 많다. 그래서 반대측에서 퍼뜨리는 주장들을 보고 “정말 문제없나”하는 의구심도 갖게 된다. 비판의식이 높다는 젊은층에선 더 그런 경향이 강한 것도 현실이다.

    대전이 집이라는 이주헌(건축설계2, 21) 2군은 “저는 지금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하는 정보를 보고 의문이 많았어요. 특히 물고기 관심이 많은데 물고기 생태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비판적으로 봤었습니다”라며 “정말 선진국에선 어떻게 하천을 관리하고 생태엔 어떻게 도움이 되도록 관리하고 있는지 꼭 보고싶다”고 밝혔다.

    장민하(건축2, 21)군은 “네덜란드는 특히 장기 프로젝트를 잘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마도 4대강 사업의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나라가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고 어떻게 사업을 진행해 가는지, 네덜란드 당국자와 인터뷰까지 약속받어요”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들이 강 탐구에 나선 건 원래 여성가족부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세계를 향하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게 계기가 됐다. 이 프로그램에서 각자 자유롭게 연구과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왕이면 전공과도 관련 있고, 국가적으로 가장 논쟁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앞으로도 끊임없이 화제에 오를 수 있는 주제인 ‘4대강’에 눈이 가게 됐다. 실제로 이들 대학생들의 전공은 건축, 건축설계, 도시환경, 생명공학 등 4대강사업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유주형 군은 ‘4대강 관련’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에 보면 부정적인 면만 올라와요. 긍정적인 면은 일부러 찾아서 봐야할 정도인데, 언론도 거의 대부분이 부정적인 기사만 올립니다. 어른들이 ‘좌파성향’이라고 하는 뉴스사이트가 그렇습니다. 블로그에도 부정적인 기사만 퍼나릅니다. 거의 비판적인 정보만 가득하니, 관심을 가지려해도 비판적인 내용만 어쩔수 없이 보게 됩니다.”
    이래서는 아무런 정보도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지금 상황은 평소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부정적인 주장에 휩쓸리기 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워낙 반대자가 많으니 긍정적인 정보가 묻혀버려 마치 정부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정도”라고도 했다.
    학생들은 이어서 “잘하는 정책 정보도 적극적으로 자세히 알리고, 좋은 정보도 찾기 쉽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에 대해서도 충고를 잊지 않았다.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그동안 4대강 사업에 관해 들은 정보들은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했다.
    분명히 정부도 좋아질 것으로 보고, 상식적으로 강의실에서 교양과목을 통해 배운 내용을 생각하면 수질이 나빠질 것 같지 않은데, 인터넷을 통해 나오는 뉴스나 주장들은 한결같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중 연장자인 유주형 군은 4대강과 관련한 ‘인터넷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생들은 주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뜨는 기사를 주로 본다’. ‘기사들은 검증돼 보이지 않는 주장이 많다’ ‘주로 어른들이 말하는 좌파 성향의 매체에서 다루는 기사가 많다. 내용도 반대를 위한 반대가 주류다’ ‘결국 대학생들이 접하는 기사는 이런 기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래서 외국의 사례를 한번 보고 싶었다고 했다.
    김지환(생명공학 2, 22) 군은 “아예 처음부터 부정, 긍정을 떠나 실제로 외국의 사례를 조사하고 실제 우리나라의 사례와 비교해서 어떤 장점이 있는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분명히 개인적으로는 치수를 위해 필수적이고 꼭 해야한다고 보는데, 정말 부정적인 것은 없는지, 긍정적이라면 이걸 어떻게 더 생산적으로 활용할 방법은 없는지 연구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 도시환경을 전공하는 유주형 군. 4대강 찬반을 넘어 외국에선 어떻게 강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조사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뉴데일리
    ▲ 도시환경을 전공하는 유주형 군. 4대강 찬반을 넘어 외국에선 어떻게 강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조사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뉴데일리

    이들은 나름대로 현재의 자료만으로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전공이 도시환경관련이라 사람들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 특히 관심이 많다는 유주형 군은 “중국사람들이 오면 갈 데가 없잖아요. 유적지는 규모나 수 면에서 중국보다 나을 게 없고, 결국 놀이공원 등 즐길거리를 주로 찾는다고 합니다. 4대강도 자체를 테마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겠지만, 지방의 한국 문화재 관광자원에 강을 보조적으로 연결하면 외국인 대상 관광에도 활용할 수 있겠지요.”라고 말했다.

    유 군은 또 “네덜란드엔 선상유스호스텔도 있다고 해요. 강가에 자전거 주차장이 있고, 유스호스텔에서 자고 자전거를 빌려 강변, 인근도시를 관광하는 체험형 관광도 가능하지 않을까요”라며 일리있는 주장을 폈다.

    학생들은 이런저런 4대강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든, 선진국에서도 강을 개발하면서 혹시라도 반대가 있었다면 어떻게 풀었는지, 어떤 철학으로 강을 바라보았는지 샅샅이 알아볼 것”이라며 이구동성으로 말을 했다.

    이들 중 한 학생은 카자흐스탄에서 4년을 보냈고, 다른 학생들은 외국 생활 경험은 없다. 반대편에 서야 멋있어 보이는 듯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한마디씩 ‘4대강 토크’에 열중인 사이 이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4대강 이후’를 보고 있었다.

    한편 이들은 유럽으로 떠나기 전 국토부에 들러 직접 관련자료를 구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기자와 만나서도 ‘인터넷을 통해 접한 내용 중’ 걱정스런 의문점을 쏟아내기도 했다.
    “강을 직강화해서 유속이 빨라지진 않는가, 강이 깊어져 얕은 물에서 사는 물고기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 깊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강폭을 넓혀 흐르는 표면적을 확대해야 할 것인데, 4대강은 깊기만 하다”는 등 나름대로 그동안 접했던 정보를 근거로 들었다.

    “직강화하는 사실은 없고, 깊이도 균일하게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천 가장자리부터 중심까지 완만하게 수심이 깊어져 얕은 곳에 사는 물고기가 살 수 있고, 가운데만 준설하는 것이아니라 하천을 고루 준설해 강폭이 넓어진다”는 사실을 전해듣고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도 보고, 기자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보고 자료를 검토하는 동안 의문이 많이 풀려 다행” 이라고도 하며  ‘4대강 이후’의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대학생들은 최근 극렬한 반대 주장과 관련해서도 나름대로 건설적인 의견을 내왔다. “다른 대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 인터넷만 보고 휩쓸리지 않고 더 다른 눈으로 강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고, 또 다른 학생은 “이미 이 사업은 국가원수와 행정부가 결정하고, 국회에서 통과되고, 사업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교수, 전문가, 행정가들이 논의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교양지식으로 배운 정도로 사업자체에 왈가왈부할 지식도 사실 없습니다.”라며 “그러나 어느 방향으로 사업이 완성돼야 하는가를 연구해 효용을 최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데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지금이 바로 그런  중요한 시점”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들은 8월 9일 출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을 돌아 25일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