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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떻게 살거냐?」
수저를 내려놓은 김홍기가 불쑥 물었으므로 김민성이 머리를 들었다.오후 8시 반, 오늘은 모처럼 세식구가 저녁을 함께 먹는다. 김홍기가 일찍 일을 끝내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김민성이 국을 떠 삼키고 나서 말했다.
「어떻게 살긴? 그럭저럭 살다가 가는거지 뭐.」이제는 어머니 정윤자도 시선을 주었고 김민성이 말을 잇는다.
「아등바등 살 필요있어? 죽을 때 감투나 돈 갖고 가는 것도 아니고 말야.」
「이 자식이 정말.」
눈을 치켜떴던 김홍기가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길게 숨을 뱉는다.「내 죄지, 내가 저따위로 키웠어.」
「얘, 민성아.」
정색한 정윤자가 김민성을 보았다.
「너, 무슨말을 그렇게 해? 그게 무슨 버르장머리야?」
「엄마도 참.」이맛살을 찌푸린 김민성이 김홍기와 정윤자를 번갈아 보았다.
「아빠도 그래. 어떻게 살거냐고 묻다니?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돼? 이 나이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겠어? 아님 대기업 총수가 될거라고 하겠어? 틈나면 알바해서 용돈 만들고 기업체 취업 정보나 들여다보는 놈한테 어떻게 살거냐고 묻는건 비꼬는 소리밖에 되지 않겠느냐구.」
「얀마, 그렇다고 애비가 물어보는데 그럭저럭 살겠다고 대답한단 말이냐?」김홍기가 눈을 부라렸지만 김민성은 지지않는다.
「난 거짓말 못해. 솔직하게 말한거야.」
「넌 희망도 없어? 꿈도 없냔 말이다.」
「없어.」
「이자식이.」
「괜한 공상이나 했다가 깨어나면 더 초라해진단 말야. 요즘은 그런거 하는 놈 없어.」
「너, 엄마한테 결혼하면 여기서 살건가 집 사서 나가게 해줄건가 하고 물었다면서?」
「원인이 거기에 있었구만.」정윤자를 흘겨 본 김민성이 말을 잇는다.
「나, 엄마 아빠한테 집 얻어달라고 하지 않을 것이고 대학 졸업하면 이 집에서도 나갈 거야. 결혼같은거 아직 생각 해본 적도 없어. 그러니까 마음들 놓으셔.」
「얘가 정말.」이제는 얼굴까지 붉어진 정윤자가 김민성을 보았다.
「우리가 누구땜에 이 고생을 하는데 그래? 누난 시집 보냈겠다. 다 너 때문에 일 나가시는거 몰라?
글고 이집 재산은 다 네꺼다. 그러니까...」
「아유, 됐어.」손을 들어 정윤자의 말을 막은 김민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버스 네 대하고 이 집까지 다 해도 은행 담보에다 리스비용 빼면 5억도 안된다는 걸 다 알아. 잘못되면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된다는 것도. 그러니까 괜한 생색 내지말고 두 분이나 잘 사셔.」
「이노무시키.」김홍기가 다시 눈을 부릅떴지만 뒤가 없는 성격이다. 김민성은 시큰둥했고 정윤자는 커다랗게 한숨만 뱉는다.
김민성이 수저를 내려놓고는 부모를 번갈아 보았다.
「요즘 인간은 태어날때부터 급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 급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지만 대개는 못 벗어나.」그리고는 김민성이 엄지를 구부려 제 얼굴을 가리켰다.
「난 밴텀급쯤 돼. 플라이급 바로 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