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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토부가 4대강사업구간 사업을 하면서 쓰레기 대청소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20만 톤으로 추정하는 쓰레기를 치우는데 670억원이나 들어간다고 했다. 그 쓰레기 중엔 하천 농경지의 폐비닐과 생활 쓰레기도 상당부분 차지한다. 하천변 농경지는 폐비닐이나 농약 생활쓰레기도 수반되지만 경작행위 자체에서 발생되는 오염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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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변의 한 비닐하우스 앞 거름더미. 시커먼 액체가 스며나온다. ⓒ 뉴데일리
팔당 비닐하우스 사태에서 보듯 반대측은 농민 생존권을 들먹이며 농경지 문제를 감성적으로 접근해 4대강 사업 반대와 연결짓지만 하천 농경지는 수질에 관한 한 오염폭탄이라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하천경작지는 4800만평에 이른다. 또 현재 국내 하천에서 연간 화학비료 사용량은 양 2,700톤으로 추정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은 이 같은 강변 농경지 등 비점오염원을 이번 기회에 철저히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즉 이같은 오염원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하천의 물이 많아지면 오염물질 유입량의 변화가 없다는 가정하에 오염물질 농도가 낮아져 수질이 개선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서 보를 설치한 뒤의 수질개선 여부는 강에 흘러드는 오염물질의 양이 결정적인 변수다. '깨끗한 물'이 4대강 본류로 얼마나 흘러드느냐에 따라 수질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반대측은 수변구역개발로 오염원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수질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나 찬성측 전문가는 "강둑안의 농경지를 일괄정리하기 때문에 비료와 가축배설물, 농약 성분 유입이 감소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또 "하수처리시설을 확충하고 2012년부터 수질규제를 지금보다 10배 강화하므로 오염물질 배출량이 현저하게 감소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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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주 이포지구 근처의 한강 수중촬영. 떠 있는 것은 농약병이다. ⓒ 뉴데일리
정부는 특히 수변구역의 오염배출가능성 주장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일축한다. 강을 되살리고 삶의 질 향상으로 강의 효용을 높이자는 게 사업의 목적인데 오염대책도 안 세우고, 신규 오염물질을 강물로 내보낸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오염물질유입과 관련하여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반대측이 이율배반적인 주장을 한다는 점이다.
강변의 가장 중요한 오염원은 농경지이다. 농경지는 갖가지 비료와 농약, 유기물 등을 하천으로 흘러들게 하는 대표적인 비점오염원이다. 그럼에도 일부 환경단체나, 일부 4대강사업을 비판하는 매체는 팔당댐 인근 농경지 수용이 부당하다는 분위기로 몰고 가기도 하고, 또 전국적으로 수만 명의 농민이 4대강 사업으로 생존권을 박탈당할 것이라는 식의 주장도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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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강 가평지구 안의 하천에 바로 붙어있는 비닐하우스. ⓒ 뉴데일리
강바닥을 긁어내 물그릇을 키우는 과정에서 당연히 발생되는 준설 흙탕물이 수질을 악화시킨다고 부풀리면서, 대표적인 오염원인 하천 농경지는 일자리 운운하며 두둔하는 셈이다.
4대강 추진본부 김희국 본부장은 “하천 농경지는 일부 개인소유가 있지만 대부분 국가소유 땅에 사용료를 내고 점유하는 곳, 또는 그냥 불법적으로 점유하는 곳이 많다.”며 “이를 정리해 하천 오염원을 줄이는 것이 수질 관리의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도 강변 비닐하우스가 오염원이라는 데는 거의 이견이 없다.
2009년 5월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2009 한국수자원학회 학술발표회’에서 경희대학교 오종민(건설환경공학부) 교수팀은 '비닐하우스 경작에 따른 팔당호 유역의 수질특성 및 오염도 평가'라는 논문을 통해 ‘팔당호 인근에 조성된 대단위의 비닐하우스가 팔당호 수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팔당호 유역 내 하천부지에 집단화 된 비닐하우스는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유출되는 오염물질이 없지만 비가 내릴 경우 오염수가 팔당호에 직접 유입돼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당호 유역의 비닐하우스 경작에 의한 수질특성 조사결과, 부유물질인 SS의 농도(이하 단위 ㎎/ℓ)는 북한강 372∼446, 남한강 488∼547, 경안천 345∼415,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의 농도는 북한강 12.2∼15.3, 남한강 13.3∼16.8 , 경안천 15.6∼18.8로 각각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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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동강 47공구 근처의 비닐하우스. 거름더미, 폐자재더미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 뉴데일리
또 COD(화학적산소요구량) 농도는 북한강 23.9∼26.8, 남한강 25.2∼26, 경안천 26.4∼32.9, T-N(총질소)의 농도는 북한강 17.39∼23.64, 남한강 17.87∼22.09, 경안천 18.34∼19.55, T-P(총인) 농도는 북한강 1.425∼1.795, 남한강 1.519∼1.767, 경안천 1.727∼1.827로 각각 조사됐다.
특히 비닐하우스의 하천에 미치는 오염부하 기여율은 SS의 경우 17.3%, BOD 4.5%, COD 5.2%, T-N 11%, T-P 7.4%로 나타났다.
이는 비닐하우스 농가에서 유출되는 SS 및 T-N, T-P의 오염 부하량이 하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주변이 주로 나대지로 돼 쓸려나가기 쉽게 돼 있고, 비료 또는 영양물질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 교수는 "비닐하우스의 재배는 토양 표면 피복의 효과적인 관리 및 영양물질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팔당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즉 이 말은 토양표면을 잘 덮어 토양속의 유기물일 호수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지 않으면 수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뜻이다. 사실 농사짓는 현실에선 어려운 일이다.
낙동강변은 특히 비닐하우스가 많기로 유명하다. 봄이면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거름더비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거름에서 거무튀튀한 액체도 저절로 스며나온다.
과거 70년대엔 퇴비증산 운동으로 중고등학생까지 시골학교에서 단체로 학교에서 퇴비를 만들기 위해 낫을 들고 논두렁과 야산을 다니며 풀을 베기도 했다. 농가에서도 퇴비 높이를 재 가며 경쟁적으로 퇴비 증산을 독려하던 시절이었다. 집집마다 마당 끝에 있는 퇴비까리는 시간이 흘러 쌓아올린 풀이 썩으며 내는 열로 한여름에도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빨리 썩게 하려고 가축의 분뇨 등을 퇴비 위에 쌓기도 한다. 퇴비까리 옆으로는 늘 간장처럼 검은 거름 물이 흐르게 된다.
이게 지금 환경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칭찬해마지 않는 천연유기비료인 것이다. 이런 거름이 숱하게 쓰이는 경작지가 강가에 가득 찼다면 식물에 흡수되지 않고 남은 거름은 어디로 흘러들어갈까. 유기 거름이라고 수질에 무해할까?
4대강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으로 지난 5월 부임한 생태학자 차윤정 박사는 “식물은 유기물이라고 모두 흡수하는 게 아니다. 질소, 인산, 칼륨 등 각종 영양소가 적당한 비율로 흡수되는 것이다. 과잉되는 요소는 식물에 흡수되지 못하고 땅이나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남은 유기물질은 물속에 들어가 부영양화를 촉진해 녹조를 발생시키고, 오염시키게 된다는 것이다.지금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중요한 요소는 인과 질소 등 각 유기물의 유입을 줄이는 것도 포함돼 있다. 산업시설 외에 경작지에서 나오는 부영양화 물질도 강물의 주요 오염원이다.
더욱이 곳곳에 소규모로 키워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가축사육장까지 있다면 강물은 더욱 오염되는 것이다.
창녕 낙동강변의 한 전통사찰 주지스님은 “농경지에서 쓰는 돼지 소거름은 그래도 약하다. 닭거름은 엄청 독하다”는 표현으로 거름이 수질에 미치는 악영향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환경단체 사람들에게 “4대강 반대하지 말고 강변 비닐하우스 농약병, 파묻은 폐비닐이나 수거하는 운동이나 먼저 하라”고 충고했다는 경험을 전해줬다.
이렇듯 그동안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강변의 경작지 비닐하우스 때문에 수질이 오염되는 것을 꾸준히 걱정해왔다. 그런데도 최근엔 4대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만일 ‘농민들 걱정한다’며 정부에서 경작지를 폐지하는 정책에 브레이크를 건다면 더없는 아이러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