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이끼'의 배우들 ⓒ 뉴데일리
    ▲ 영화 '이끼'의 배우들 ⓒ 뉴데일리

    강우석 감독의 영화 '이끼'가 드디어 그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진행된 언론 시사회에는 1천 여명의 언론 취재진들과 영화 관계자들이 몰려 영화 '이끼'에 대한 관심을 입증했다.

    시사회에는 강우석 감독을 비롯한 정재영, 박해일, 유준상, 유선, 유해진, 김상호, 김준배 등 영화 '이끼'의 주역들이 모두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특히, 배우 유해진은 전날 입국한 자신의 닮은 꼴 스타 ‘박지성 선수’의 행보를 의식한 듯 “사실 오늘 시사회장에 참석 못할 뻔 했다. 오늘 시사회 때문에 먼저 남아공에서 출국했다”고 너스레를 떨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오랜 기간 함께 촬영을 하며 호흡을 맞춰온 덕인지 배우들은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임에도 연신 서로 농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영화 상영이 시작된 후 꽉 찬 객석은 2시간 38분의 러닝타임 내내 숨 소리 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집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것에 대한 부담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강우석 감독은 “원작을 좋아하는 매니아층이 상당히 두터워서 어려웠다. 댓글들을 보면 나를 공격하는 (원작) 팬들이 많았다. 그런 글들을 보면서 ‘이번에 한판 붙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싸워야 할 1차 타켓은 원작자였다."며 "윤태호 작가에게 ‘나, 당신 넘지 못하면 이 영화 만드나마나’라고 이야기했다. 그렇지 않으면 비난의 글들이 쏟아질 것 같아 내내 마음이 괴로웠다”고 덧붙였다. 이후 강우석 감독의 연출 의도를 들은 윤태호 작가는 그의 가장 큰 지지자가 됐다.

    강우석 감독과 마찬가지로 원작 팬들의 엄청난 공격을 받으며 연기 인생 최초 ‘안티 팬’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던 정재영 역시 “부담이 안됐다면 거짓말일 것이다."라며 "하지만 강우석 감독님이 ‘잘 할 수 있을 거다. 못하더라도 괜찮다’며 많이 용기를 북돋워줘 많은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강우석 감독과 작업을 하게 된 박해일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감독님이 원작 ‘이끼’의 매력을 두고 이 작품을 선택했다면 나는 원작과 강우석 감독님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 ▲ 영화 '이끼'의 강우석 감독(좌)과 박해일(우) ⓒ 뉴데일리
    ▲ 영화 '이끼'의 강우석 감독(좌)과 박해일(우) ⓒ 뉴데일리

    또한, 박해일은 강우석 감독과의 첫 작업에 스타일이 낯설어 초반에는 어렸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에 강우석 감독은 반격하듯 “가뜩이나 영화도 힘든데, 배우들도 나를 괴롭혔다. 특히, 박해일이 초반 촬영 때에는 나랑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피해 다녔다.”며 한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강우석 감독은 영화 '이끼'를 통해 시네마 서비스가 과거에 한국영화를 많이 만들었던 영광을 다시 재연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그는 "새로운 영화에 도전할 계획이고, 또 만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끼'는 오는 14일 관객들과 만난다.

     

    이하 언론 시사회 일문 일답.

    - 영화를 본 소감과 인사말
    강우석 감독: 솔직히 말하자면 만드는데 급급했다. 원작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방대했고 그것을 축약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말이 되는 영화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다. 
    박해일:  처음 만나서 작업한 강우석 감독님과 좋아하는 배우들과의 함께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정재영: 오늘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이 심판 받는 날이라 생각한다. 잘 좀 심판 해주셨으면 한다.
    유선: 오늘이 올까 많이 기다렸었다. <이끼>라는 작품은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해서 의미가 있고, 너무나 행복하고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결과도 좋았으면 좋겠다. 잘 부탁 드린다.
    유해진: 모두 영화를 재미있게 관람 하셨기를 바란다.
    유준상: 영화를 처음 선보이는데 떨리고 이런 느낌들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 정들었던 배우들과 강우석 감독님에게 감사 드린다. 
    김상호: 재미있게 관람하셨기를 바란다. 감독님이 중심을 잘 잡아주셔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가 느낀 행복만큼이나 우리 대한민국 모두 느꼈으면 한다. 
    김준배: 김상호씨와 동일하다.

    - 원작을 안 본 사람들이 <이끼>라는 제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강우석 감독: 처음 <이끼>라는 제목과 만화 1권짜리 전체 분량 1/4 정도 봤을 때 개인적인 느낌이 제목이 참 좋구나 였다. 일단 이끼라고 하면 친근한 제목이 아닐까 한다. 내용은 어떻고 누가 나오나 누가 만들었냐만 잘 전달되면 관객들이 선택하는데 큰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적인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크게 지장을 줄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지은 것은 아니고 원작자 윤태호 작가가 지은 제목이니 확인하고 다시 연락을 하겠다. (웃음)
     
    - 원작에 충실한 거 같다. 코믹한 요소들은 어떤 의도인가? 그리고 정재영씨는 늙은 이장과 젊은 이장 무려 30년의 시간을 오가는데 어떻게 다르게 연기 했는지?
    강우석 감독: 사실 부담이었다. 작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기자들이나 원작을 본 관계자들의 첫 질문이 유머도 구사 합니까? 웃기는 장면이 있습니까? 였다. 그런 면에서 괴로웠다. 기대가 얼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간 중간 긴장감을 주고자 했고 어떤 캐릭터에 줘야 하나 고민했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도 해봤다. 이런 유머코드가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했다. 유해진, 유선, 정재영 캐릭터에 코믹 코드를 부여했다. 현장 분위기기가 살벌해서 인지 스탭들도 웃지 않았고 그런 면에서 더더욱 안 되면 죽는 다는 심정으로 했다. 관객들이 받아주지 않으면 나는 연출자로서 끝이다는 심정이었다. 괴로웠던 기억이 난다. 

    정재영: 70대 노인 이장 먼저 촬영하고 젊은 시절은 이후에 촬영했다. 전체적인 톤은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 주안점이라기 보다는 젊은 시절은 힘있고, 빠르고, 경쾌하게 느낌을 임했다. 노인은 아무래도 정적인 감정으로 했고 사실 시나리오에 다 자세하게 나와있다. 톤을 따로 연구해서 잡은 것은 아니고 감독님과 논의 하면서 시나리오에 충실하게 했다. 

    - 강우석 감독은 지금까지 스트레이트 작품을 주로 해왔다. 이번에는 열린 결말에 반전도 많았다. 연출자로서 스타일이 바뀐 것인지?
    강우석 감독: 개인적으로는 연출자로서 변신해보자, 또는 나도 심오한 이야기를 나도 할 줄 안다 그런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생각으로 한 건 아니다. 감독으로서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지금까지 해온 작업은 피하고 싶었고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깊어지고 싶었다. 술자리에서는 허허실실 하지만 나름 나의 생활이 있고 이 영화는 관객들이 생각하면서 볼 수 있게 해보자 하는 생각이었다. 개인적인 욕망이기는 한데 만만찮은 이야기였고 내가 왜 이런 어려운 길을 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운 영역을 만든다기 보다는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장르였고 코미디라도 긴장감 있게 담아내는 거 내가 과연 이런 장르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욕구도 있었다. 척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점점 사람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다음 작품 <글러브> 촬영을 시작했지만 훈훈한 이야기, 희망적이고 인간적인 그런 영화로 가는 과정에 있는 영화가 <이끼> 다.

    - 원작이 있는 작품인 만큼 원작을 충실하게 따른 것 같다. 원작과 다르게 바꾸고 싶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강우석 감독: 원작과 영화는 굉장히 같으면서도 한편 굉장히 다른 이야기다. 원작을 좋게 평가하는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있고, 글로 나를 공격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다른 좋은 감독들도 많은데 하필 왜 내가 만드냐고.. 그런 이야기가 올라와 있는 걸 보면서 이번엔 정말 한판의 게임이 되겠구나 싶었다. 제 1 타겟은 원작자 윤태호작가 였다. 그를 넘지 못하면 이 영화는 만드나마나다 하는 생각이었다. 초반에 쏟아지는 비난의 글들은 내내 나를 괴롭혔고 원작을 꼭 넘고 싶었다. 영화는 타당성이 부여되어야 하는데 장면의 전환이라든지 자연스럽게 관객이 편하게 느끼는 장치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유선, 유해진의 역할은 원작과 매우 달랐고 큰 싸움이었다. 나도 힘들었고 배우들에게 많은 부담을 준 것으로 기억된다. 유선은 원작 영지와 다른 연기를 주문하자 당황해 했었고 유해진은 본인이 감정을 추스르고2주후에 찍겠다며 혼자 제주도에 다녀오기도 했다. 다른 배우들도 애를 많이 먹었고 많이 괴롭혔던 기억이 난다. 박해일의 경우 촬영 20% 진행되었을 때까지 나와 눈도 안 마주치려 했다. 근데 송곳에 찔리는 장면부터 감정을 잡을 수 있겠습니다 라고 했다. 이미 그 전에 많은 촬영이 진행된 상태였는데.. (웃음) 배우들을 더 많이 괴롭힌 사연들도 많다.

    - 마지막의 유선의 미소 장면은 정말 섬뜩했고 인상 깊었다. 영화의 유일한 여배우로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배우들 중 누구와 연기하는 것이 편했는지?
    유선: 많은 분들이 그걸 궁금해 하신다. 홍일점으로 어땠는지를 하지만 현장에서 여배우인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만 여배우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고 처음부터 마을 주민인 것처럼 편하게 했다. 정재영씨가 우스갯소리로 전우애 이야기를 했는데 그만큼 격정적이고 끈끈한 팀이었다. 딱히 내 상대역은 누구다라고 연기한 것은 아니었고 우리 이장님 (정재영)이 편하게 많이 배려해 주었다.

    - 감독님이 원작을 영화화 하면서 부담감이 있었다고 하는데 박해일, 정재영은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감독님이 괴롭힌 에피소드는 있었는지?
    박해일: 우선 감독님은 원작 이끼의 매력에 시작했다면 나는 원작 이끼와 강우석 감독이라는 두 가지 매력을 느끼며 작품을 시작했다. 원작의 부담감은 크게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감독님과의 첫 작업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많았고 적응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감독님의 촬영 스타일을 새로 알게 되는 과정이 필요 했고… 새로운 현장의 기운과 보고 느낀게 있었고 새로운 연출 스타일과 점차 교감하게 되었다. 하나의 과목을 이수 한 거 같은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의 부담은 갖지 않으려 했고 감독님과 함께하면서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정재영: 다들 아시겠지만 캐스팅 때부터 논란이 많았고 그만큼 부담감이 컸다.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감독님의 위로 때문이었다.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물었을때 할 수 없지라고 편하게 말씀 주셨고 나름대로 최면을 걸었다.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감독님과는 3번째 작품인데 감독님도 굉장히 고민하고 애를 쓴 작품이고 나로서도 가장 준비를 많이 했다. 사투리라든지 노인 연기 부분들이 그렇고 큰 모험이었지만 결과가 어떻게 되든 잘 한 모험이 되기를 희망한다.

    - 마지막 유선의 미소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오픈 결말이고 원작과 결말을 지은 의도는 무엇인지? 
    강우석 감독: 여기서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일단 관객들에게 맡기고 싶었고 열어놓고 엔딩을 보라 라고 던지고 싶었다. 서스펜스의 장면을 찍다가 결말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역으로 바꿔가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상처 받은 여인은 그대로 극복하거나 아니면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결말이 아니라면 영지 캐릭터는 나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나오게된 장면이다. 원작자 윤태호 작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에필로그를 설명하고 나는 이렇게 풀려 한다고 했을 때 그는 흔쾌히 동의 했다. 실제로 대본을 써서 보내기도 했고 일 부분은 발췌하기도 했다. 원작자가 결말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사실 영화의 엔딩은 매우 조심스러워서 조감독에게만 먼저 말했고 이후 순차적으로 배우들에게 알렸다. 정재영씨는 살짝 실망하기도 했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주인공일줄 알았나보다 (웃음) 이미 다음 영화 <글러브> 계약을 해 놓은 상태라서 생각한대로 진행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