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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지 만 이틀이 지났지만 논란이 불식되기는 커녕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 갈등만 더욱 견고해졌다는 평이다. 실제로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쌓인 양 계파간 감정의 골은 세종시 표결을 둘러싸고 더욱 깊어졌고 커졌다.
일각에선 수정안 부결로 한나라당이 사실상 '분당' 상황에 내몰렸단 얘기가 나온다. 양 계파는 그러나 친이,친박간 소통부재를 인정하면서도 분당 가능성엔 고개를 젓고 있다. 이는 '분당=정권 재창출 실패'라는 두려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갈등이 확연히 드러났는데도 미봉책에 급급한 당 지도부의 미온적 태도도 비판을 받고 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당 회의에서 "오는 7월14일 전당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세종시 플러스알파'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당내 화합을 위하는 일"이라며 소속의원들에게 관련 인터뷰와 발언 일체를 삼가는 주문을 했다. 그러자 4선의 이윤성 의원이 공식 석상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며 비판하고 나서며 삐걱대는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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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에 상정된 '세종시 수정안' 표결에 앞서 반대토론자로 나서 원안 지지 의사를 밝힌 후 지지 의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야권에선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과 관련해 "이번 한나라당이 두나라당이 되는 것을 보게 됐다. 앞으로 좀 재미있을 것 같다"(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지난달 29일)며 공개적으로 여권 분열을 조롱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탓에 수적열세에도 불구하고 친박계가 사실상 야당과의 공조로 정부 입법안을 저지한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친이계 한 의원은 "계파 갈등을 어떻게 하루 아침에 불식할 수 있겠나"라고 사실상의 계파를 인정한 뒤 "(친박계가)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친박계를 향해 "제5열"(스파이), "고집불통" 등 격한 용어를 써가며 비난하면서도 분당 가능성에 대해선 "서로 파국으로 가자는 것 아니냐. 이걸 막자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반면 친박계 의원 관계자는 "친이계가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반명단으로 만들어 놓은 것 자체가 우리와 선긋기하려는 의도 아닌가"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관계자 역시 분당 가능성엔 "거기까지 가겠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차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분당이 친박계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위기 의식이 있단 것이다.
최근 전대 출마 일성으로 "박근혜를 지키겠다"고 나선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내가 대표가 된다면 그 자체가 친이-친박 계파 갈등 종식을 의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수를 점하고 있는 친이 주류가 아닌 친박이 당권을 잡으면 계파 갈등이 불식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남은 총선과 대선 구도까지 염두에 둔 양 계파의 힘겨루기는 '한나라=한지붕 두가족'이라는 부담을 안고도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