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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으로 17일 오후 8시 30분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와 47위의 대결이라는 점 외에도 선수 시절 한 차례 맞붙었던 양팀 감독이 24년 만에 자국팀을 이끌고 다시금 재대결을 펼치는 등 다양한 부분에서 흥밋거리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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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을 앞두고 있는 허정무 감독이 14일 오후 대표팀 숙소인 헌터스레스트호텔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86년 멕시코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일원으로 출전, 아르헨티나와 대결을 펼쳤던 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은 당시 아르헨티나의 신성 마라도나를 맞아 몸을 던지는 육탄수비로 화제를 모았었다. 당시 국제 대회 출전 경험이 거의 없었던 한국 선수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로 구성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현저한 기량 차이를 드러내며 1-3 패배를 당했다.
특히 개인기에서 크게 뒤진 한국 선수들은 당시 마라도나 같은 절정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을 막기 위해 파울을 남발할 수밖에 없었고, 그날 경기 이후 축구 강국들로부터 "한국 선수들은 태권축구를 즐긴다"는 비아냥을 듣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허정무 감독도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24년 전 아르헨티나를 상대할 때는 선수들이 움츠러들어 있었고 상대 전력에 대해서도 파악이 안된 상태였다"며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16일,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힌 허 감독은 멕시코 월드컵에서 태권축구를 했다는 지적에 대해 "내가 (마라도나를 상대로)태권도를 했다면 심판이 레드카드를 꺼내들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분명히 축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기 힘든 선수였기 때문에 경기 중 몸싸움은 자주 일어났었다"며 당시 있었던 몇 차례 대형(?) 충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허 감독은 "지금은 박지성 이청용 이영표 박주영 등 유럽에서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면서 "우리가 가진 장점들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분명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상대팀 사령탑을 맡은 마라도나 감독도 당시 자신을 전담 마크했던 허정무 선수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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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감독이 1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 로프터스 퍼스펠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경기가 열리기 전 프리토리아 로프터스 퍼스펠트 스타디움에서 자국 언론과 기자회견을 가진 마라도나는 "한국에겐 파울도 하나의 작전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심판이 어떻게 판정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실력이 부족한 한국은 아르헨티나에게 파울로 승부를 걸어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일종의 한국 대표팀에 대한 폄훼발언인 셈.
나아가 마라도나는 "발차기 등 거친 파울에 조심해야 하며 이날 경기에서 자국 선수들이 생명에 위협을 받거나 다리가 부러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한국팀의 몸싸움을 기정사실화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는 과거 자신을 마크했던 허정무 감독이 '육탄 수비'를 펼쳤던 것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인신 공격으로도 볼 수 있는 격한 표현으로 상대팀을 비하한 것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감독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과연 24년 만에 감독으로 다시 대면한 이들 중 누가 웃는 얼굴로 경기장 밖을 나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