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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남아공 월드컵 해설위원을 맡고 있는 차범근 전 수원삼성 감독이 16일 미투데이에 밝힌 '박지성-정대세 CF'가 SK텔레콤의 월드컵 홍보 광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이날 미투데이의 월드컵 기념 이벤트 '차범근 위원에게 물어 보세요' 코너(http://me2day.net/me2/wc2010/wc2010_4)에 북한 대표선수 정대세와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하며 "월드컵 전에 정대세와 박지성이 함께 찍은 CF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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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위원은 "당시 (자신이)내레이션을 맡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천안함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해당 CF가 국민 정서와 맞지 안는다고 바로 없는 걸로 돼 버렸다"면서 "멋있는 CF 한편이 될 뻔했는데 아쉽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박지성과 정대세가 출연하고 차범근 전 감독이 내레이션을 맡는 광고를 촬영한 사실이 있다"면서 "촬영 종료 후 방영 시기를 조율하던 차에 갑자기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발, 방송이 전격 취소됐다"고 17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광고는 박지성과 정대세의 연습 장면 등을 교차시킨 뒤 각자 서로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건네는 모습을 담았다"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는데 뜻밖의 사건으로 방송이 불발돼 무척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앰부시 마케팅'으로 대한축구협회 측으로부터 제지를 받아 방송이 취소된 것은 아니었냐"는 질문에 "박지성은 애당초 이번 월드컵 기간까지 SK텔레콤의 모델로 계약을 맺은 상태"라며 "축구협회의 로고나 대표팀 유니폼 등 국가대표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아 당시 광고가 앰부시 마케팅에는 해당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한 "현재 월드컵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데 방송 여부를 재검토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방송 취소가 결정된 상태고 따라서 CF를 내보낼 계획도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가 좀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북한과의 관계가 호전된다면…" 이란 말을 남겨 TV 방송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CF가 월드컵을 겨냥해 만들어진 까닭에 한국팀이 16강 진출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 방송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를 두고 한 방송 관계자는 "'정대세'라는 아이콘과 축구 열기에 힘입어 마치 남북이 화해무드에 들어선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으나 현실은 정반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방송 역시 당분간 이같은 주제를 다루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박카스 CF'에도 박지성-정대세 동반 출연
사실 '인민 루니' 정대세와 '한국의 네드베드' 박지성이 동반 출연한 CF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동아제약은 제일기획에 의뢰, 한국과 북한의 남아공월드컵 동반진출을 이끈 박지성과 정대세를 모델로 한 '박카스' 광고를 제작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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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박지성의 팬이 돼 버렸다"는 정대세와 "정대세도 월드컵에 올라가 기쁘다"는 박지성의 발언을 영상으로 교차 편집해 서로에게 선전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담아냈던 박카스 TV광고는 8월말부터 지상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달도 채 못 돼 이 광고는 막을 내리고 말았다. 대한축구협회가 '앰부시 마케팅'이란 이유로 해당 광고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엄포를 가해 계약기간이 절반이나 남은 시점에 동아제약이 방송 중단 결정을 내렸기 때문.
'엠부시(ambush·매복) 마케팅'이란 중계방송의 텔레비전 광고를 구입하거나 공식스폰서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개별 선수나 팀의 스폰서가 되는 방법으로 규제를 피해가는 마케팅 기법을 일컫는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는 "'FIFA 월드컵 마케팅 규정'에 근거, 월드컵에 대한 마케팅 권리는 전적으로 축구협회에 있는 만큼 월드컵 공식스폰서가 아닌 동아제약이 엠부시 마케팅을 한 것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당시 광고에서 동아제약이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 대 이란' 경기 영상을 협회 동의없이 방영하고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뛴 박지성의 모습과 인터뷰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등 협회의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축구협회 측의 입장이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제일기획과 동아제약은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 방영권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있기 때문에 해당 사무국에 로열티를 지불했다"고 밝히고 "해당 경기를 중계 방송한 방송사와 해당 선수들에게도 중계권과 초상권 비용을 모두 지급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앰부시 마케팅' 논란에 묻혀 광고의 홍보 효과가 퇴색됐다고 판단한 동아제약 측은 박카스 광고를 내리기로 결정, 남북의 축구스타가 함께 등장한 CF광고는 두 달 여만에 불법 논란에 휘말리며 지상파에서 사라지는 오명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