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나지…"

    2일 지상파 방송3사의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본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의 말이다. 공식선거일 직전까지 발표된 언론사의 각종 여론조사에선 텃밭 경남을 제외하곤 수도권 3곳 등 다수 지역에서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 ▲ 정몽준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서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정몽준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서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때문에 다소 엄살은 떨었지만 한나라당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선거 직전까지 여권 관계자는 "경남만 조금 불안한 데 그래도 이기지 않겠느냐"고 낙관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들도 "분위기 괜찮은 것 같은데", "민주당 걱정해줘야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보궐선거와 마찬가지로 지방선거 역시 여당에겐 무덤이라 불리지만 이처럼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를 낙관한 것은 언론사의 각종 여론조사는 물론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자체 조사에서도 자당이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출구조사가 선거 직전 여의도연구소 조사의 결과와도 크게 다르냐"고 묻자 "서울 경기는 물론 인천에서도 10%P 이상 앞섰고 강원도 문제없었다. 이렇게 차이가 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선거를 크게 걱정하지도, 신경 쓰지도 않은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선거 막판 실언으로 이어졌다. 이윤성 의원의 '천안함 사태'발언이 대표적이다. 인천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이 의원은 지난달 31일 "(인천에) 10명의 기초단체장이 있는데 1명은 이미 무투표로 당선됐고, 나머지 9명 중에서 절반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천안함 사태가 바로 인천 앞바다에서 났다'. 다른 계층보다 (인천 시민이 천안함 사태를) 느끼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태를 정략적인 유불리로 판단했음을 보여준 셈이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좀 자만했다" "여론조사만 너무 믿었다" "지방선거는 역시 여당에 불리하다"는 자책이 나왔다. 출구조사 결과를 보던 정몽준 대표의 입에서 "저희들이 다소 자만했는지 염려가 된다"는 말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당 관계자는 "선거판에만 20년 있었다는 모 인사가 '이번처럼 태연한 여당은 처음 봤다. 끝까지 엄살을 떨어도 모자랄 판에…'라는 말을 하더라"며 "여당이 이번 선거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이번 6·2선거를 평했다.

    공식선거일 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20%P 이상 차이났던 서울시장 선거마저도 방송3사의 출구조사에선 초접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당 관계자 입에선 "서울은 이기겠지"란 말이 나온다. 최종 결과를 떠나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그간 행보를 뒤돌아 보고 반성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만 믿다간 더 큰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민심은 숫자로 체크할 수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