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들 연예인과 정치인은 닮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실제로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산다는 점에서 이들은 묘한 공통점을 안고 있다. 특히 해당 분야에서의 입지 구축을 위해 언론플레이를 서슴치 않으며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오락적인 요소나 정책 발의안건을 들고 나와 자신에 대한 지지나 응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같은 공통분모 때문에 이들은 종종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행태를 보인다. 정치 선진국을 자부하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를 보더라도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와 기부를 호소하는 연예인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 선거철이 되면 직접 유세장에 뛰어나가 지지 연설을 하고 후원금 모집에 앞장서는 스타들의 모습이 시시각각 신문 1면을 장식하기도 한다.

    이 중 다른 나라보다 연예인들의 정치 활동이 자유롭고 참여도가 두드러지는 미국은 몇몇 톱스타들의 행보가 막강한 표심을 움직이며 정치 판도를 뒤흔드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때만해도 평소 할리우드 스타들과 친분이 깊었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버락 오바마 후보의 유세장이 '별들의 잔치'가 될 정도로 스타들의 공개 지지가 줄을 이었었다.

    할리우드 스타, 정치인 공개지지 '다반사' 그러나…

  • ▲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당시 힐러리 후보를 위해 엘리자베스 테일러, 스티븐 스필버그, 마돈나 등 수많은 영화·팝스타들이 발벗고 나서 지지 및 모금 행사를 자처하는가하면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오바마 후보를 공개 지지하며 흑인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선거 유세에 동참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직접 정치판에 뛰어드는 스타들도 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세계적인 보디빌더로 명성을 쌓다 영화계에서 액션스타로 이름을 날린 명배우 출신이다. 로날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과거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전력이 있는 배우 출신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가 정치 모델로 삼는 서구 열강의 예가 이렇다보니 국내 연예인들도 최근 들어 정치적 행보가 잦아지고 있는 추세다. 진보적 가치관을 갖고 비교적 젊은 세대와 소통을 하는 연예인의 경우 야당을, 상대적으로 연륜이 묻어나는 중견 스타의 경우 보수적인 여당을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그러나 평소엔 잠잠하다가도 정치적인 이슈가 등장할 때면 어김없이 정치권과 연계, 갑작스런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팬들에게 때론 실망과 당혹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사실 같은 '공인'의 범주에 있는 이들이지만 연예인과 정치인은 태생 목적자체가 다르다.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발판으로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힘쓸 뿐, 대의적인 일이나 공공의 이익과는 무관한 존재다. 물론 대중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순기능을 갖고 있으나 누군가를 대변하거나 공익 활동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의무나 책임은 없다.

    반면 정치인은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국민 복지 향상과 국가 이익 도모를 진행하는 게 주 목적인 만큼 일신의 영달보다는 공익을 위해 힘써야한다는 책무가 뒤따른다.

    정치인-연예인, 본래적 가치에 충실해야

    따라서 연예인이 오락적인 측면보다 공익적인 면에 치중할 경우, 반대로 정치인이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의 사리사욕이나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에만 신경쓸 경우 본인이 본래적 가치나 목적을 상실, 정작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우를 범하기 쉽상이다.

  • ▲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토크쇼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우).
    ▲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토크쇼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우).

    특히 자신을 동경하는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톱스타들은 본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즉시로 팬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행보를 딛는 부분에 있어서 보다 신중한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 자칫 균형을 잃어버릴 경우 다수의 군중에게 특정 정치인이 우월하거나 훌륭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공명선거를 위해 연예인이 취해야 할 바람직한 자세로 보인다.

    물론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정치인과 스타들의 왕래가 잦고 비슷한 행보를 걷는 사례가 많이 있지만 연예인의 정치적 참여에 부작용이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나 마음가짐이 성숙돼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분명한 차별성을 갖는다.

    미국 유권자들은 연예인에 대한 애정과 특정 정치인 혹은 정당을 지지하는 시각을 결부시키지 않는다. 이는 그동안의 각종 여론조사와 선거결과를 통해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대중적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스타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막상 뚜껑을 열면 결과가 반대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미지 메이킹에 주력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예외일 수 있으나 전통적으로 자신의 고장과 소속 단체에 해당 정치인이 얼마만큼 많은 이득을 안겨줄 것이냐가 이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유일한 요소라는 게 현지 교민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또한 순수하게 정치인의 당선만을 바라는 외국과는 달리 자신의 출세를 위해 '반짝 지지'를 서슴치않는 연예인들 때문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직하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다수의 연예인들이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정치인으로 변신한 연예인 중에는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연예계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투신한 인물도 있지만 특정 정치인의 이익과 자신의 입신양명을 결부시켜 선거운동에 매진, 기필코 한 자리를 차지하고야마는 바람직하지 않는 다수의 사례들은 아직까지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주된 요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