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연이은 비로 쓸쓸한 표정을 짓던 하늘의 풍경은 어느덧 맑고 푸른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린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위치한 영화의 거리는 개막식 당일 분주한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 ▲ 전주국제영화제 ⓒ 뉴데일리
    ▲ 전주국제영화제 ⓒ 뉴데일리

    거리의 곳곳에는 노란 점퍼를 입고 봉사활동에 나선 젊은이들의 소리로 가득했고, 행사장은 막바지 점검에 나선 스태프들이 바쁘게 뛰어다녔다. 사라진 듯 보였던 ‘봄의 풍경’을 이제야 만난 듯 하다.

    이날의 공식행사는 오후 6시 반부터 진행 된 레드카펫 행사를 비롯해, 개막식과 개막작 ‘키스할 것을’ 상영의 비교적 단순한 일정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11번째 생일. 예산 절감과 천안함 희생장병들에 대한 애도의 물결로 성대한 파티의 모습은 아니었으나, 행사의 목적성을 더욱 분명히 하는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 ▲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 김상엽 기자 
    ▲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 김상엽 기자 

    개막식의 진행은 배우 유준상 ‧ 홍은희 부부가 맡아 재치있는 말솜씨로 객석과 영화인이 하나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

    특히, 이날은 천안함 추모식이 진행된 마지막 날로 한 자리에 모인 영화인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 모두 희생 장병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표시하며 추모의 열기에 동참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드디어 ‘축제’의 시작,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 된 도시 전주는 풍물놀이패와 무용단이 어우러진 한국의 멋을 선보이는데 집중했다. “둥- 둥-” 심장을 울리며 리듬을 지어내는 이들의 움직임이 눈과 귀를 사로 잡았다.

  • ▲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 김상엽 기자 
    ▲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 김상엽 기자 

    북소리가 멀어질 때 쯤 송하진 조직위원장이 무대 위에 올랐다. 영화인과 김수용 ‧ 임권택 감독 등 전주국제영화제를 성장시켜 온 모든 이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 송 위원장은 “민병록 집행위원장의 키와 상관없이 영화제는 계속 커간다”라는 말로 객석에 웃음을 주며 힘찬 목소리로 개막을 선언했다.

  • ▲ 제11회 전주국제영화의 개막을 선포하는 송하진 조직위원장 ⓒ 김상엽 기자 
    ▲ 제11회 전주국제영화의 개막을 선포하는 송하진 조직위원장 ⓒ 김상엽 기자 

    또한, 전주국제영화제의 홍보대사로 임명된 배우 송중기와 박신혜는 다소 긴장한 표정을 보여 객석에서는 “귀엽다”라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처음으로 영화제에 참석하게 됐다는 두 사람은 기대감을 표시하며 앞으로 진행되는 영화제 기간 동안 현장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과 직접 만날 것을 약속했다.

    한편, 심사위원을 맡은 배창호 감독은 “삶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가진 여러 감독들을 모아 우열을 가리는 일은 매우 힘들다”며 “마음속에 느껴지는 작품을 뽑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 ‘오마주’의 주인공인 1969년 러시아 영화 ‘적과 백’의 미클로시 얀초 감독은 90세의 연로한 나이로 회장에는 참석하지 못한 채 영상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진심으로 참석하고 싶었지만, 몸 상태로 그럴 수 없었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 뒤 “20년 전에 한국으로 외출한 경험이 있다. 얼마전 꿈에서 한국을 보기도 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같은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인류가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의 작품을 통해서 그것을 느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박진오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키스할 것을'(원제 Should've Kissed)의 상영이 이어지며 관객과 함께 성장해 온 전주국제영화제는 9일간의 환상의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 ▲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홍보대사 송중기(좌), 박신혜(우) ⓒ 김상엽 기자 
    ▲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홍보대사 송중기(좌), 박신혜(우) ⓒ 김상엽 기자 
     
  • ▲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유준상(우), 홍은희(좌) 부부 ⓒ 김상엽 기자 
    ▲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유준상(우), 홍은희(좌) 부부 ⓒ 김상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