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38만3천원 때문에…"

    강원도 강릉의 한 가정집에서 전기요금 미납으로 전기 공급이 중단 돼 촛불을 켜둔 채 잠을 청한 일가족이 화염에 휩싸여 어린 자녀 2명이 연기에 질식하고, 아버지가 중태에 빠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2일 강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4시 40분경 강릉시 입암동 안모(45)씨의 1층 주택에서 불이 나 주택 내부 62㎡와 집기 등을 태우고 20여 분만에 진화됐다.

    또 이 사고로 작은 방에서 자고 있던 안씨의 6살과 7살 난 딸 2명이 병원 치료 중이며, 안방에 있던 안씨가 연기에 질식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나 중태다.

    신고자 최모(42)씨는 "우유배달을 하던 중 집안에 연기가 나는 것을 봤다"며 "연기에 그을린 어린이 2명이 집 앞에 있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한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안씨는 지난 10월부터 6개월간 38만3000원의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한전으로부터 지난달 31일 전기공급 제한조치를 당하자 촛불을 켜두고 잠을 자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화재 전날 전기요금 6개월 이상 미납 가구인 안씨의 집에 전류제한기를 설치했다"며 "이는 일정 사용량을 초과하면 전기 공급이 자동 차단되는 설비"라고 말했다.

    안씨는 지난해 9월부터 상가 건물을 개조한 집에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5만원을 내고 아내 지모(42)씨 등 네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내 지씨는 불이 날 당시 인근의 한 야식 집에서 종업원으로 일을 하느라 화를 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안씨가 전기공급이 제한되자 인근의 슈퍼마켓에서 양초를 산 뒤 TV 옆 화분 받침대에 촛불을 켜 놓은 채 잠을 잤다는 주변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