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지난 좌파 10년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북 퍼주기 논란을 불러왔던 무조건적인 대북 지원은 사라져 버렸다. 양보 일변도의 남북대화도 더 이상 찾아볼수가 없다.

    친북 좌파들은 이것을 두고 이명박 정부의 원칙적 대북정책이 북한을 중국으로 떠밀고 대 중국 예속을 가속화 시킨다고 주장한다. 얼핏 듣기에는 그럴듯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북한체제와 실정을 잘 모르는데서 나오는 무지의 극치라고 본다.

    우선 북한정권은 태생초기 부터 지금까지 중국이나 이전 소련 등 공산대국에 예속되는것을 철저히 경계해 왔다. 김일성은 6.25 전쟁이 끝난 직후 부터 60년대까지 반종파 투쟁이라는 명목으로 소련출신과 중국 출신 들을 당,군대,정권기관에서 모조리 숙청해 버렸다. 정치에서 자주,경제에서 자립,국방에서 자위라는 기치를 내건것도, 이후 주체사상이란것을 사상 독립을 이룬것 역시 외부로 부터 지배와 예속을 받지 않으려는데 목적이 있었다.

    북한은 소련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특히 예속이나 지도받는것을 싫어했는데, 그것은 자신들이 1949년 중국공산당 정권수립에 많은 지원과 도움을 줬다는 채권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일성은 해방후 북한정권 수립후 당시까지 국내전쟁을 치르던 중국공산당에 패망한 일본군대로 부터 넘겨받은 수십만정의 무기와 막대한 식량을 지원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보답으로 마오는 6.25때 연 80만에 달하는 대병력을 파견해 압록강까지 쫓겨난 김일성을 도와주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정권은 이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다. 미 제국주의와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자신들에 대한 응당한 지원이며, 더 중요하게는 중국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였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북한정권이 중국과 거리를 두어온 예는 적지 않다. 중국과 이전 소련이 국경분쟁을 일으켰을때에는 소련편에 서서 중국과의 관계가 심각한 단계까지 가기도 했다.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도 북한 정권은 정치적으로 중국에 항상 거리를 두고 있다. 김정일이 툭하면 자기측근들에게 "중국은 알다가도 모를 X"이라는 말을 내뱉는다는 것은 일반 북한 주민들조차 다 알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 초반 식량난이 악화되자 일부 농업분야의 학자와 간부들이 중국식 개인농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의했다가 모두 숙청된 사실도 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도 김정일은 상해를 찾아 "개벽천지"라는 말로 중국식 개혁개방을 부러워 하는 듯이 말했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김정일에게 중국은 오직 한가지, 경제지원의 대상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것이다. 북한정권이 정치적으로 중국에게 예속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고, 중국 역시 정치적 간섭이나 강요는 하지 않는 정책을 펴오고 있다.

    그러면 북한경제가 중국에 예속될 가능성은 어느정도나 될까?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에게 중국의 경제지원과 투자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 선택일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남측의 대규모 지원이 중단된 상태에서는 더더욱 중국의 경제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연 중국이 남한처럼 북한에 무조건적인 대규모 지원을 한다고 볼수는 없다. 중국은 이미 한국을 뛰어넘는 철저한 시장경제국가이다. 현재 중국은 한해 최대 30만톤정도의 식량을 지원하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장기차관형태의 유상지원이다.

    중국이 얼마나 철저한 상인적 마인드를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한가지 예가 있다. 북한이 1990년대 초반까지 수십억 달러를 들여 순천비날론 연합기업소를 지으면서 여기에 200MW 석탄화력발전소를 중국으로 부터 들여왔었다. 북한은 처음에는 김일성이 이전 중국의 지도자들로 부터 무상지원하기로 약속받았기 때문에 공짜인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발전소가 완공되고 나서 중국은 이 발전소가 유상차관임을 밝히면서 앞으로 반드시 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중국이 북한의 막대한 광물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이를 먹으려 투자한다는 설도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말이다. 한국에서도 북한의 광물자원이 수천억딸라에서 수조딸라에 달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정권이 내놓은 자료를 가지고 시장경제의 가치로 따진 금액일것이다. 하지만 북한정권이 만들어 내놓은 광물자원 자료라는것을 과연 신뢰할수 있을까. 북한 정권 조차 저들이 만든 자료를 믿지 못하는 형편이다.

    1980년대 북한은 이른바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10대 전망목표"라는 것을 내놓은적이 있다. 여기에 도달해야 할 년간 석탄 생산량 목표를 1억 2000만톤으로 규정했다. 철강은 1500만톤, 시멘트는 2000만톤, 비료는 700만톤이였다. 이것은 북한이 스스로 만든 광물자원 자료를 가지고 달성 가능한 나름대로의 목표를 제시한것이다. 하지만 지금 북한의 석탄생산량은 한해 2000만톤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30년전 700만톤의 비료를 생산한다고 큰 소리 치던 북한이 지금은 한해 50만톤의 비료도 나오지 않고 있다. 막대한 철광석을 가지고 있다며 큰소리치던 북한이 지금 한해 철강생산량이 200~300만톤도 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과연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남아있는 것이 사실일까? 물론 남한보다 많은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 광물자원량이 결코 경제성 있는 광물자원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제 36년간의 식민지 통치 기간 북한의 경제성 있는 광물자원들은 적지 않게 소실됐다. 해방후 부터 지금까지 60년 이상 북한은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 민족경제노선을 견지하며 국내자원에만 의존해 왔다. 결과 경제성 있는 광물자원들은 대부분 바닥이 드러난 상태다. 예를 들자면 함경남도 고원에는 발열량이 높은 고열탄이 풍부히 매장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고원지구 탄광연합기업소라는 거대 채굴 기업이 운영되였고 여기서 캐낸 석탄은 2.8비날론 연합기업소의 중요 원료로 사용됐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생산은 사실상 중단됐다. 석탄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석탄을 공급받던 2.8비날론 연합기업소는 1990년대 부터 생산을 중단했고, 흥남비료연합기업소는 서해지구에서 배로 석탄을 실어와야 했다. 황해제철연합기업소에 철광석을 보내주는 재령광산이나, 500만톤 철강능력을 가진 김책제철 연합기업소에 철광석을 보장하는 무산광산도 이제는 품위높은 철광석과 경제성 있는 채굴가능한 철광석들이 바닥난 상태다. 이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한 경제성이 떨어지는 땅속 깊은곳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 이런 비경제적 채굴권을 중국에 판다는데 과연 팔릴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로 팔리지 않을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보다 더 좋은 광물자원들은 아프리카와 이전 소련 가맹국 등 세계 도처에 널려있다. 설사 북한에서 광물채굴권을 확보한다 해도 도로와 철도, 항만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열악한 북한에서 그것을 어떻게 실어올것인가.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이 북한의 인프라를 재건하는데만 5년간 120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힌바 있다. 중국이 북한에 투자할 대상은 광물자원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진선봉항을 임대한것은 자신들의 동북지역 수출품을 동해를 거쳐 일본이나 한국,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한것이지 북한 경제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이미 오래전 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주북 중국대사관 사이트에는 중국의 대북투자가 2억달라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북한이 그렇게 매력적인 투자대상국이라면 지구상에서 가장 북한과 가까운 중국이 지금까지 고작 왜 그 정도밖에 투자하지 않았을까? 해마다 수십억, 수백억달러씩 투자되야 정상이 아니겠는가. 결론은 북한이 우리가 알고 있는것처럼, 북한스스로 떠드는 것처럼 투자대상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남북관계 단절로 중국 자본이 북한에 밀려들어간다는 것은 상상속의 허구일뿐이다. 또 북한이 중국에게 예속된다는 말 역시 실체가 없는 자극적 선동에 불과하다. 이런 외부의 무책임한 선동들이 북한으로 하여금 자가당착에 빠져 잘못된 판단을 할수 있게 한다는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