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거슨 "박지성이 맨유 승리 이끌어" 극찬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나니, 발렌시아와의 포지션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경기장이 아닌 벤치를 달궈(?) 팬들의 우려를 샀던 박지성이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통해 소속팀 맨유의 경기력 및 승패를 좌우하는 '키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시즌 초반 나니 등과 함께 맨유의 공격진에 편성, 좌우 날개를 책임졌던 박지성은 경기가 거듭될수록 나니의 팀플레이가 살아나고 발렌시아의 개인기가 빛을 발하면서 상대적으로 팀 내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가 됐다. 실제 경기 출장 회수도 지난 시즌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 ◇호날두 이적으로 박지성 가치 하락? = 사실 박지성의 팀 내 비중이 약화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호날두의 이적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시즌부터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호날두의 빈 자리를 웨인 루니가 차지하면서 퍼거슨 감독은 팀의 '리빌딩' 작업을 새롭게 시작했는데 이와중에 호날두의 파트너였던 박지성의 효용가치 역시 빛을 잃게 된 것.

    물론 나니가 예전 호날두의 역할을 대신한다면 수비력과 공간 침투력이 뛰어난 박지성이 나니의 부족한 면을 보완해 주는 수비형 윙어로 중용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호날두와 나니의 경기력은 비교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현저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 따라서 박지성의 '킬러 본능'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재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맨유와 박지성의 '결별' 가능성마저 대두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2004-200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박지성에게 한 골을 헌납하며 박지성의 '맨유 입성'에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던 세리에A의 강자 AC밀란이 다시금 박지성에게 희망의 불씨를 제공했다.

    ◇"고맙다 밀란!" 밀란전 통해 '에이스 킬러' 자리매김 = 지난달 AC밀란과 가진 2009-20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밀란의 세계적인 플레이메이커 안드레아 피를로를 꽁꽁 묶으며 3-2로 역전승에 일조한 박지성은 한국시각으로 11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퍼드에서 치러진 AC밀란과의 16강 2차전에서 또 다시 피를로를 완벽 봉쇄, 팀의 4-0 완승에 힘을 실었다.

    1,2차전에서 박지성이 맡은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 맨유 입단 이후 줄곧 사이드 어태커(윙어)를 맡았던 박지성으로선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자리다.

    그러나 국가대표 경기에서 플레이메이커로서 중앙미드필더를 여러차례 소화한 경험이 있는 박지성은 이날 경기에서 피를로를 완벽히 마크함은 물론 승리를 결정짓는 쐐기골까지 터트리면서 승리의 한 축을 담당했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밀란전의 핵심은 박지성과 루니였다"고 거론한 뒤 "박지성의 희생정신과 영리함이 맨유의 승리를 이끌었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 우측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게리 네빌도 "박지성의 도움을 받아 밀란의 호나우지뉴를 틀어막을 수 있었다"며 헌신적인 경기를 펼친 박지성을 칭찬했다.

    ◇"박지성은 맨유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 이같은 퍼거슨 감독과 네빌의 발언은 앞으로 박지성이 윙어가 아닌 중앙미드필더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중용될 수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박지성의 포지션 경쟁자인 나니와 발렌시아는 전형적인 윙어로서 상대적으로 수비력이 떨어지며 좌우 이동은 물론 포지션 이동시 경기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약점을 안고 있다. 반면 박지성은 그라운드 어떤 포지션에 갖다 놔도 제 역할을 십분 해낼 수 있는 멀티 능력이 탁월한 선수다. 따라서 공격 일변도의 선수보다는 상대적으로 팀에 헌신적이고 팀의 부족한 부분엘 메워줄 수 있는 박지성 같은 선수가 감독으로선 훨씬 값진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

    퍼거슨 감독 역시 이번 AC밀란전을 통해 박지성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를 보여줬다. 상대편이 뻔히 예상할 수 있는 '박지성 카드'를 2차전에서도 똑같이 들고 나온 뚝심을 보인 퍼거슨 감독에게 박지성은 뛰어난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박지성은 포지션 경쟁자의 활약 여부와 관계없이 맨유의 승리를 위해 팀의 핵심멤버로 자리를 굳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시아 최초의 맨유 선수이자 '두개의 폐를 가진 선수'라는 닉네임으로 수많은 유럽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박지성의 향후 행보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