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취임 후 세번째 3.1절 기념사를 통해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91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 마음 한 뜻으로 국운 상승을 위해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정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국가백년대계'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하며 국민적 단합이 절실한 때임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 약 15분간 진행된 기념사를 마무리 하면서 "더 크게 생각하고 더 멀리 보자. 91년 전의 그 날처럼 우리 국민이 하나가 되어 힘을 모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3000여명의 기념식 참석자들은 18차례 박수를 보내며 이 대통령의 연설에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3.1운동의 정신을 "국민의 민생향상을 위해 소모적인 이념논쟁을 지양하고, 서로를 인정 존중하며 생산적인 실천방법을 찾는 중도실용주의의 정신이기도 하다"고 정의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91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91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작은 차이 넘어 더 큰 가치 속에서 화합" = "낡은 이념의 틀에 갇혀서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대립과 갈등으로 국민이 분열돼서는 선진화의 길을 갈 수 없습니다." 이 대통령은 화합을 통한 세종시 수정 해결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반복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또 다른 100년, 국가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결의를 다지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민족은 모두가 화합하고 단결해 다 함께 행복하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서로 다르지만 하나가 되어 큰 물결을 이뤄 바다로 흘러갔다"면서 "작은 차이를 넘어 더 큰 가치 속에서 화합하는 공화의 정신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국가백년대계'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지만 이 또한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오히려 한 마음 한 뜻으로 국운 상승을 위해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종시 해법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내놓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번 3.1절 메시지는 국민 통합과 화합으로 궁극적으로는 세종시와도 연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 대통령은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지금은 설사 어렵다 해도 내일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 "오늘의 변화 없이는 내일도 없다"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되 작은 차이를 넘어 커다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등 세종시 문제를 연상케하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대통령이 이같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세종시 수정 문제를 국민 화합과 국가 발전의 차원으로 규정함에 따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다음 주 중 충남 지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 "북한,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줘야"…"과거 얽매이지 않고 미래 개척" = 이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북한에 강력하고도 일관된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문제를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의 목소리 톤은 점차 높아졌고, 보다 단호한 어조로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남한을 단지 경제협력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생각을 바꿔야 하겠다"면서 "우리가 제안한 그랜드바겐을 성심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새 희망이 힘차게 솟구치고 있음을 느낀다"면서 "이 꿈과 희망을 북녘의 동포들과 함께 나누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역설,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일관된 원칙과 진정성을 갖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자 노력해 왔다"면서 신종 플루 치료제 재공, 영유라 물품 지운 등 인도적 지원 내용도 언급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북한 주민의 삶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며 진정성도 함께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먼저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돼야 한다"면서 "당사자인 남북한이 여러 현안을 진지한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이번 3.1절 기념사의 키워드인 '통합'이 그대로 적용된 것으로 풀이됐다.

    3.1 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강조하면서도 지난해에 이어 직접적인 '대일 메시지'를 제외한 것은 현 정부의 실용주의 대일외교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대변인은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관계' 설정은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며 진정한 과거사 해결과 청산은 이를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독립선언서에 언급, "일본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고 다만 일본의 비정상을 바로잡아 옳은 길로 이끌고자 했던 것"이라며 "참으로 큰 관용과 포용의 정신이자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비전"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것은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우리가 살아갈 새로운 미래의 이상이며, 우리의 당당한 도덕적 자긍심"이라고 강조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계와 당당히 겨룬 우리 젊은 선수단을 치하하며 이 대통령은 "이들에게 어두운 과거는 더 이상 없다. 세계와 함께 겨루고자 하는 청년다운 패기와 활기찬 기상이 있을 뿐"이라면서 "우리 대한민국은 이들 젊은이들처럼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세계를 품으며 인류 공영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