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올림픽은 김연아의 것이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싱글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히 전해온 뉴욕타임스(NYT)가 '여왕' 김연아의 탄생에 대해 담백한 찬사를 보냈다.
    신문은 26일 김연아가 세계 신기록으로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를 제패한 뒤 인터넷판에 올린 기사에서 김연아가 "후회 없이 완전무결에 가까운 연기를 펼쳐 한국 피겨 역사상 첫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김연아가 경기 직후 흘린 눈물에 주목했다.
    몇 달 몇 주간 지켜온 냉정함 속에서 올림픽 우승의 중압감이 그리 무겁지 않다고 말해온 김연아가 마침내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는 것.
    NYT는 "롱 프로그램(프리 스케이팅)이 끝나고 김연아는 은반 위에 서서 인형과 꽃다발 세례 속에 눈물이 흐르도록 놔뒀지만, 그녀의 눈물은 점수를 확인하는 순간 그쳤다"며 150.06이라는 엄청난 점수가 뜨는 순간 김연아가 기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묘사했다.
    라이벌 아사다 마오의 경기가 남아 있었지만 "김연아는 이미 자신을 아무도 손댈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린 다음이었다"고도 전했다.
    NYT는 이어 아사다 마오, 조애니 로셰트, 미라이 나가수 등 쟁쟁한 선수들은 각자의 연기에서 모두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경기 시간 4분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했다면서, 아사다가 김연아 뒤에 연기해야 하는 불운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김연아의 기록적인 점수가 나온 뒤 아사다는 자신을 추스르려고 애썼지만, 음악이 흐르면서 집중력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며 아사다 마오의 점프 실수를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NYT는 또 올림픽에서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김연아 자신이 잘 알고 있었으며 최고의 선수들이 실패하는 모습도 영상을 통해 수없이 봐왔다고 전하고 김연아의 의연함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김연아의 올림픽 승전보를 알리는 NYT 기사의 마지막은 이렇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 올림픽은 그녀의 것이었다. 그녀는 마치 반딧불의 바다와도 같이 명멸하는 관중석 플래시 앞에서 미소 지으며 태극기를 두른 채 밤의 마지막을 수놓았다."
    (밴쿠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