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만 공정하면 국민은 안심하고 살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잘못할 수 있고 국회도 잘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이 있어서 올바른 판결만 가능하다면 어느 누가 과오를 범했다 하여도 바로잡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해방이 되고 정부가 서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재판이 치루어졌는데 모든 재판이 다 법대로 공정무사하게 치루어졌다고 믿는 한국인은 아마 단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법원 자체가 과거의 정권하에 내려진 판결을 뒤집고 ‘무죄’니 ‘배상’이니 하는 선고로 스스로의 잘못을 시인한 경우도 비일비재였습니다.

    뻔히, 이겨야 할 사람이 지고 져야 할 놈이 이기는 판결을 수도 없이 경험하면서, “돈 때문이로구나”하며 법원의 신의 없음을 한탄한 사람이 한 둘이겠습니까.

    그렇게 큰 죄를 범한 것도 아닌 젊은 학생에게 10년, 15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때로는 ‘사형’을 구형하기도 하던 유신체제하의 어이없는 재판을 지켜보면서, “이 재판은 법원이 하는 게 아니라 남산의 중앙정보부가 하는 것”이라고 느끼면서, 재판정의 천정을 쳐다보면서 한숨짓던 젊은이들도 많았습니다.

    이 나라에 민주화가 어느 정도 결실을 맺으면서 군사정권하에 흔히 있었던 권력안보 차원의 재판은 자취를 감추었다고 믿어지는데, 최근에는 국민의 정서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국민 자신이 놀라자빠질 지경이니, 이건 또 어찌된 일인가 여론이 비등합니다.

    그래서, 마치 이 나라의 사법제도가 잘못되어 이런 뜻하지 않은 한심한 판결이 내려지는 것이라 오해하고, 사법제도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한데, 그 주장 또한 잘못된 것 아닙니까.

    법이나 제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그 법관이 잘못된 것뿐입니다. 똑똑한 사람이면 누구나 사법고시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고, 판사나 검사로 임용됩니다. 그 법관의 사상·이념이나 의식구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시험 성적만 좋으면 판사가 되어 판결을 할 수 있습니다.

    극단의 경우를 한 번 상상해 봅시다. 남파된 간첩에게 포섭된 한 젊은이가 어떤 사명을 부여받고 법원에 비비고 들어가 판사의 자리에 앉았다고 합시다. 이런 판사는 법의 공정한 집행이 문제가 아니라 ‘반미·친북’의 이념적 투쟁 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똑똑한 한국인이면 누구나 사법고시를 거쳐 법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은 잘못된 것입니다. 내심으로는 적화통일을 갈망하는 자들이 법관이 될 수 있다면 이 나라의 질서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겠습니까.

    사법부의 독립만은 흔들지 말고, ‘가라지’만 뽑읍시다. 청와대도 국회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헌법을 사수하는 위대한 대한민국 사법부가 되게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