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극 '레인맨' 공연장면ⓒ 뉴데일리
    ▲ 연극 '레인맨' 공연장면ⓒ 뉴데일리

    “찰리가 웃으면 나도 웃어, 웃으면 행복해져. 그래서 떠나는거야…”

    당신의 레인맨은 누구인가?
    그리운 사람이 있다. 어린시절 함께 소꿉놀이 하던, 고무줄 놀던…. 누구에게나 아련한 기억 속의 한 사람쯤 마음속에 두고있다.

    찰리에게는 비 오는 날 생각나는 한 친구가 있다.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하나 어린 마음 속 위로가 되어준 이 없던 그의 유일한 가상 속 친구 ‘레인맨’. 창 밖으로 빗소리가 들려오면 노트북에 눈을 박고 있던 그가 잠시 눈을 감는다 . “이 비가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거야…”

    레인맨은 돈 밖에 모르는 주인공 찰리가 급작스런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고향에 내려가 존재조차 몰랐던 자폐증을 앓고있는 형 레이먼과 재회하면서 떠나는 3일간의 여행을 통해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감동 실화다.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가 주연한 80년대 후반 할리우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레인맨은 2006년과 2008년, 일본과 영국에서 공연돼 큰 흥행을 일으켰고 지난해 임원희, 이종혁 주연으로 우리나라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연기파 배우들의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 ▲ 연극 '레인맨' (왼쪽부터 남경주, 남경읍, 박상원, 원기준) ⓒ 쇼펙
    ▲ 연극 '레인맨' (왼쪽부터 남경주, 남경읍, 박상원, 원기준) ⓒ 쇼펙

    범상치 않은 배우들의 조합이다. 한국 뮤지컬계의 전설 남경읍과 두말 할 필요없는 한국 대표 뮤지컬 배우 남경주 형제가 15년만에 한 무대에 올랐다. 두 배우의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놓인다. 무대가 꽉 찬 느낌이다. 철저히 레이먼-찰리 형제가 된 그들의 모습에 여유가 느껴진다.

    박상원의 자폐아 연기도 신선한다. 납경읍의 레이먼보다 호흡이 좀 더 느리고 따박이는 발음이다. 공차기 장면은 역시 힘들어 보였지만, 걸음거리와 표정 하나하나 실존인물을 통해 재연해낸 박상원의 레이먼은 한층 가볍고 귀여운 느낌이다.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 홀로 뛰어난 외모로 매력을 발산하는 원기준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남경주와 비교해 역시 한결 가벼운 느낌의 찰리를 보여준다. 찰리 내면의 깊은 상처를 끌어내는 힘은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기분 좋은 공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관람 포인트, 레이먼과 찰리가 주고받는 공차기 장면

  • ▲ 연극 '레인맨' 공연장면ⓒ 뉴데일리
    ▲ 연극 '레인맨' 공연장면ⓒ 뉴데일리

    불안불안하다. 연신 땀을 훔친다. 무대를 넘어 객석까지 튀어오르는 공을 잡으러 바쁘게 뛰어다니는 두 배우가 안쓰럽다. “20개 다 안채워도 되니까 이제 그만하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두 형제가 공을 주고받는 모습은 축구를 좋아하는 레이먼과 그런 형을 이해하려는 찰리의 모습을 통해 두 형제가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찾는 중요한 장면이다.

    함께 한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가 이 안에 있다. 바로 객석과 무대의 간격을 좁혀 레이먼 찰리 형제와 관객들의 마음을 하나로 만든다는 것.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이어지는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웃음을 자아낸다. 온 무대를 통틀어 가장 많은 땀을 흘리는 이 장면이 당신의 마음을 녹여줄지도.

     

    현대인의 상징 ‘찰스’, 우리도 ‘레이먼’을 통해 변할 수 있을까…

  • ▲ 연극 '레인맨' 공연장면ⓒ 뉴데일리
    ▲ 연극 '레인맨' 공연장면ⓒ 뉴데일리

    찰리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그런 그가 자폐아인 형 레이먼을 만나 변해간다. 실제 연극은 표면적으로 자기 안에 갇혀 있던 레이먼이 동생과의 만남을 통해 변해가는 과정을 그려내는 듯 보인다. 자신의 몸에 다른 사람 손 하나 닿는 것도 싫어했던 그가 타인과 함께 춤을 추고, 교감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진짜 변화된건 찰리였다. 그저 곁에 있는 이 불편한 형을 통한 그의 상처가 치료되고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이 두 남자의 여행, 적지않은 감동과 웃음이 있다. 비록 큰 교훈은 느끼지 못할지라도, 내 마음 놓을 수 있는 잊고 지낸 한 사람을 떠올리게 될 지도. 당신을 단 한순간도 잊지 않았던 그를.

     

    연극 ‘레인맨’은 3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