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툼한 만화책을 손에 쥔 느낌이다. 오밀조밀 가득 찬 텍스트로 ‘장편소설’을 표방하고 있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와 소설의 중간 그 무엇이다.

  • ▲ 박상 장편소설 '말이되냐' ⓒ 뉴데일리
    ▲ 박상 장편소설 '말이되냐' ⓒ 뉴데일리

    저자 박상을 보면 가수 장기하가 생각난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라며 끈적이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그처럼, 박상은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해 ‘말이되냐’라는 끈적이는 글을 썼다. 3류를 표방하지만, 그 속에 담긴 세상을 향한 외침이 제법 깊은 것도 닮았다.

    “야구도 하고 야구 소설도 쓰면 인생이 꽃병 같을 것 같아서 ‘말이 되냐’를 썼다”고 말한 그는 못 말리는 야구 매니아다. 야구장에 가다가, 사회인 야구를 하게 되고, 마침내 야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된 소설 속 주인공 ‘이원식’은 실제 문인 야구단 ‘구인회’에서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설 ‘말이되냐’는 ‘그냥 직장인이라니 말이 되냐’를 시작으로 ‘이렇게 끝나다니 말이 되냐’까지 총 13장의 ‘말이되냐’로 구성돼 있다. 심지어 작가 후기까지 ‘작가 후기라니 말이 되냐’다. ‘말이되냐’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허여멀건 삶은 달걀 같지 않고 보글보글 빨간 닭볶음탕 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는 저자의 외침이 촌스럽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마음 구석구석 깊게 파고드는 힘이 있다.

    대한민국 모든 유쾌발랄찌질궁상 청춘들에게 바친다는 이 글은 ‘스포츠서울’에서 연재 된 글을 모아 새롭게 하나의 책으로 묶은 소설로, 오직 재미있는 소설을 지양하며 새로운 중간 문학(middlebrow literature) 창작에 나선 ‘새파란상상’ 시리즈 중 하나다.

    새파란상상 펴냄, 480쪽, 1만1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