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산에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 있습니다. 백담사에서 봉정암을 거쳐 대청봉에 오를 수도 있고, 설악동에서 비선대를 지나 오를 수도 있습니다. 오색약수터로 하여 정상에 오를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깊은 산에서 길을 잃으면 어떻게 해야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출발지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들었습니다. 대청봉에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하산한다는 것이 민망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목숨이 붙어 있어서 요 다음 기회를 찾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믿습니다.

    오늘의 한국사회가 복잡하고 어지러워, 갈피를 잡기 어렵습니다. 우선 이 나라의 교육이 원점으로 돌아가 반성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교육이 출세의 지름길인 사실을 누가 부인하겠습니까. 그러나 출세만을 위해서 교육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사람다웁게 사는 길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급선무가 아닙니까.

    좋은 대학이 따로 없습니다. “1등 해라”라고 가르치기 전에 “거짓말을 하면 안돼”하고 가르쳐야 합니다. 판사·검사·의사가 되기 전에 “이웃을 생각하고 남을 돕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경쟁만 일삼으니 이거 어디 피곤해서 살겠습니까.

    정치인도 사업가도 모두 초심으로 돌아갑시다. 해방되던 그 날에는 모두가 독립을 되찾은 조국의 문지기라도 되기를 바라더니, 요새는 저마다 대통령 되겠다고 머리 싸매고 길길이 뛰니 한심한 대한민국이 될 수밖에. 그런 중에도 가장 꼴 보기 싫은 놈들, 적화통일이 바람직하다고 믿고 날뛰는 놈들! 정신 차리고 원점으로 돌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