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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돈을 주고도 평생 볼 수 없는 곳이 있다. 비무장지대(DMZ)가 바로 그곳이다.
1953년 휴전협정 체결 뒤 굳게 닫혀있던 DMZ. 이곳의 모습은 어떨까.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이런 궁금증을 풀어줬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해 12월 7일부터 10일까지 DMZ 중부지역의 동절기 생태계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7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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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MZ내에 설치된 무인카메라에 잡힌 멸종위기야생동물인 고라니. ⓒ환경부제공
2008년 11월 서부지역(경기도 파주·연천 일대) 조사와 2009년 9월 강원도 철원 일대 조사에 이은 세 번째 조사다. DMZ의 겨울철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멸종위기의 구렁이 서식을 확인하고, 총 450종의 야생 동·식물을 발견했던 지난 조사와 달리 이번 조사에선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와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243호)와 멸종위기야생동물인 고리니, 재두루미, 독수리, 삵 등 포유류 7종, 조류 24종, 기타 어류와 양서류 2종 등 총 33종이 새롭게 발견됐다.
이번 조사는 겨울철임을 감안해 조류와 포유류를 대상으로 실시했고, 강원 철원내 7지역과 작년 조사 때 수해로 못한 경기 연천을 조사 지역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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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MZ내에 설치된 무인카메라에 잡힌 멸종위기1급 야생동물 두루미. ⓒ환경부제공
환경부는 "철원지역의 경우 서부지역과 동부지역을 연결하는 중간지역으로 물과 습지, 산림이 어우러져 독특한 자연경관을 형성하고 있고 다양한 습지 식생군락이 잘 발달돼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만도벌판지역에서는 두루미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과 대규모의 오리나무 군락이 발견됐고, 북한강 상류지역은 자연하천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채 에메랄드 물빛을 보여줘 조사단의 탄성을 자아냈다"고 했다.
멸종위기의 고라니는 총 1287컷 중 974컷(75.5%)이 촬영돼 중대형 포유류 중 가장 많은 서식밀도를 보였고, 야행성 동물임에도 낮에 많은 장면이 촬영된 점으로 미뤄 인적이 드문 DMZ 내에서는 인간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것으로 환경부는 분석했다.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인 삵(고양이과에 속한 포유동물)도 78컷(6.1%)이나 촬영됐고, 환경부 지정 유해야생동물인 고양이도 33컷(2.6%)나 촬영됐다. 그러나 환경부는 "유해야생동물인 고양이는 정밀검토 결과 개체 수가 많지 않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고라니, 너구리, 삵의 개체 수는 비교적 풍부하나 여우, 담비, 노루, 족제비, 수달 등은 촬영되지 않았고, 멧돼지, 오소리, 멧토끼의 촬영 수가 매우 적어 DMZ내의 중대형 포유류의 다양성은 높지 않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 중 북한강 상류 지역에서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산양의 사체를 발견하고 주변지역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했고, 총 17대의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올 2월 다시 분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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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무장지대인 강원도 철원 내포리 지역 전경.ⓒ환경부제공
환경부는 이번 조사 결과 "여우와 사슴의 최적 서식지로서 저지대에 초지, 관목림, 교목림이 습지와 함께 어우러진 넓은 면적이 발견됨에 따라 남한에서 사라진 이들 종을 위한 복원대상지로서의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인 'DMZ 생태·평화공원 조성' 및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등 비무장지대 생태계보전과 관리를 위한 기초자료 확보를 위해 실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