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 발언 논란 환율 1500원 눈앞인데 '서학개미 탓'으로 돌려"(고환율에도)시장서 금융위기 얘기 않는 것처럼 외환시장 불안 없다”단정 "한은 총재가 지나친 낙관론 빠져 있다" 지적 불거져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꺼낸 환율 관련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다. 

    이 총재는 우선 고환율의 원인을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유행'으로 돌렸다. 그는 "최근 환율 변동성보다 너무 한 방향으로 쏠려가고 있고, 내국인의 해외 주식투자에 의해 주도 되는 측면이 우려된다"고 서학개미를 겨냥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투자자의 해외투자가 유행처럼 커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환 위험에 대한) 위험관리가 되고 있는지, 해외로 나갈 때 금융시장에서 환율 변동에 대한 지도가 되는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투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 검토 발언을 꺼낸 것과 비슷한 흐름으로 읽힌다. 

    이 총재의 발언은 일견 맞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환율 상승 국면에서 우리 국민의 해외 투자가 특히 야간 시장에서 환율 상승을 끌어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분석을 '핵심 요인'을 접어두고, '곁다리'를 중심부로 끌어 올리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지금의 외환 시장 불안을 일으킨 근본 원인은 지난 4년여 동안 이 총재 시절 풀려진 과잉 통화량이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 점이 크다. 여기에 최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연간 200억 달러에 이르는 대미 투자가 '족쇄'가 돼서 시장의 만성적인 불안을 일으키고 있다. 

    국제금융 부분의 한 원로는 "우리나라가 부담 없이 현실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한도는 연간 150억 달러"라며 "이번 협상에서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200억 달러가 아닌, 150억 달러를 지켰어야 했다. 이를 지키지 못한 것이 1500억 달러를 향하는 외환 시장 불안의 핵심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총재의 '서학개미' 지적은 현 시장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으로 이어졌다. 

    그는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을 앞두고 있지만) 과거처럼 금융위기를 얘기하지 않는 것처럼 외환시장 불안은 없다”고 단정했다. 

    이런 발언이 한국은행 총재의 식견과 논리적 분석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지만, '반도체 착시'가 불러온 경제 성장률을 갖고 시장 안정으로 '착각'하는 것이 아닌 지에 대한 평가가 적지 않다. '착각'이라는 평가가 한은 총재를 과도하게 폄훼하는 것일 수 있지만, 지금의 외환 시장을 딱 잘라서 '안정'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차후 시장 불안에 대한 대응력 자체를 잃게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이후 외환 시장 불안을 애써 외면하면서, 협상 결과에 도취돼 있는 이재명 정부와 코드에 맞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총재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어떤 공식적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지만, 금융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연임설(내년 4월 임기)이 흘러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