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서두를 이유 없다"트럼프 압박 속 신중 모드연준 독립성은 재차 강조
  • ▲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AP연합뉴스
    ▲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8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추가 금리 인하에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매파적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통화정책이 정치적 판단에 좌우돼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거듭 강조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에 사실상 선을 그었지만, 자신을 둘러싼 미 법무부의 형사 기소 시도와 향후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이 선출직 정치인으로부터 독립돼 있어야 하는 이유는 국민 전체의 이익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통화정책이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목적에 따라 활용된다면 중앙은행의 신뢰는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연준은 이날 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행 3.50~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향후 경제 여건 변화를 좀 더 관망하겠다는 기존 기조를 재확인한 조치다. 시장에서도 이번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회의 직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99%를 웃돌았다.

    정책결정문에서 연준은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를 이전보다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제 성장세를 '완만한' 수준으로 진단했지만, 이번에는 '견조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실업률에 대해서도 '소폭 상승'이라는 평가 대신 '안정 조짐'을 언급했으며 고용 시장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문구는 삭제됐다. 이는 당분간 금리 인하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파월 의장은 또 트럼프 행정부가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을 추진한 것과 관련해 연방대법원 심리에 직접 출석한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이 사안은 연준 113년 역사에서 가장 중대한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며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신을 겨냥한 미 법무부의 대배심 소환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파월 의장은 연준 청사 개보수 문제와 관련한 수사에 대해 "지난 11일 발표한 공식 입장에 담긴 내용이 전부"라며 추가 설명을 피했다. 앞서 그는 해당 성명에서 이번 소환을 연준 독립성에 대한 전례 없는 위협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오는 5월 연준 의장 임기 종료 이후 연준 이사직을 유지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오늘 답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의장 임기는 5월 끝나지만, 연준 이사로서의 임기는 2028년 1월 말까지 남아 있다.

    이처럼 연준의 통화정책과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파월 의장 이후의 연준 지도부로 옮겨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차기 연준 의장 후보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월가에서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함께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한때 후보로 언급됐던 케빈 해싯 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며 시장의 기대감이 다소 약해진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해싯 위원장이 백악관에 남아 역할을 수행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FOMC 회의에서는 두 명의 이사가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 의견을 제시해 연준 내부의 이견도 드러났다. 통화완화 성향의 스티브 마이런 이사는 0.25%P 인하를 주장했고,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역시 같은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