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저녁 7시입니다. 이메일을 보내려고 머무는 곳 근처 카페에 왔다가 후배의 급전(急傳)을 들었습니다. 로버트가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3일만에 인터넷에 접근했으므로 금시초문일 수밖에 없습니다.
     
    검색해서 뉴스를 확인하고 로버트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사진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지난 10월 미국에 다니러 오기 직전 지인으로부터 “로버트가 북한사람들을 위해 죽을 것 같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울부짖어 기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청년을 처음 본 것은 지난 1월14일, 북한사람들을 위한 세계 회개기도의 날이었습니다. 600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북한사람들을 위해서 금식하며 함께 기도하는 곳에서였습니다. 이 청년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기도했습니다. 그의 기도는 너무나도 애통한 나머지 몸이 뒤틀리고 내장이 모두 쏟아져 나올 것 같았습니다. 열정적이고 간절했습니다. 로버트의 기도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는 버려진 북한사람들을 위하여 그의 생명과 맞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의 북한사람들에 대한 그 뜨거운 열정과 사랑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우리는 많은 보호막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권리를 지켜주는 헌법, 형법, 민법, 국제법, 인권에 관한 장전들, 국가인권위원회와, 각종 민관의 기구들, 언론, 종교, 가족과 친지, 인터넷… 열거하자면 말할 수 없이 많은 기구와 사람들로 인하여 우리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안전한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북한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없습니다. 최소한으로 남은 것은 가족. 그나마도 극심한 가난속에 해체되고 이지러졌습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가장 처참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북한사람들에게는 누가 있을까요?
     
    어쩌면 로버트가 그들 곁으로 가겠다고 결단한 것은 조금 이상한 일입니다. 그는 우리가 갖고 있는 그 많은 보호장치는 물론 미국시민권까지 가진 사람이 아닌가요? 전직 대통령이 두 사람의 아시아계 미국인을 위해 평양까지 날아갔던 사건을 올해 우리가 보았습니다.
     
    저는 이 이상한 청년의 편입니다. 그가 북한으로 갖고 간 것이 바로 하나님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상의 별을 친구로 가질 수는 있어도 지상의 친구를 갖기는 힘든 부류의 사람들이 있지요. 로버트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해도 저 천상의 세계, 빛과 사랑만이 있는 세계를 가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곳의 좋은 친구 로버트. 그래서 한 마디 대화도 없었지만 그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는 3년 전부터 이 땅에서 너무 많이 울었습니다. 그의 눈물을 많은 사람들이 보았습니다. 광화문에서 종로에서 그를 만난 많은 사람들이 그가 어떤 마음으로 강을 건넜는지 증언자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그를 만난 많은 사람들이 그가 목숨을 바쳐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 북한사람들을 사랑하여, 크리스천으로서 두 가지 위대한 계명을 다하는 사람인 것을 증언할 것입니다. 저도 그 많은 증언자들 중 하나입니다.
     
    “아버지 남조선에만 가지 마시고, 공화국 이곳 요덕에도 와 주세요” 했던 요덕스토리의 기도가 응답되어 정치범수용소가 해체되고 북한땅에도 생명과, 평화, 기쁨과 자유가 선언되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로버트의 도하(渡河)는 참으로 위대한 일이 될 것으로 믿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