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는 못참겠다." 청와대가 폭발했다.

    청와대는 4일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야당 대변인의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명박 정부들어 처음이다. 지난 1일 쇼욤 라슬로 헝가리 대통령 초청 국빈만찬에서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권총발언'에 대한 박 대변인의 논평이 직접적인 이유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떠도는 이야기를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논평을 낸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공당 대변인의 도리가 아니며 사과해야 할 사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발단은 이렇다. 이 대통령이 만찬장에서 테러 위협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위로하며 "지난 대선 때 어느 괴한이 권총을 들고 집에까지 협박을 하러 와서 놀란 적이 있는데 경호원들이 붙잡고 봤더니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고 말한 것으로 일부 매체에 보도되자, 박 대변인이 "대통령의 입이 이제는 무섭다. 정말 무섭고 한심하다"며 강력히 비난하는 논평을 낸 것.

    청와대는 즉각 당시 배석했던 통역관의 기록과 녹취내용을 분석, 정밀 검증작업에 들어갔고 이같은 전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확증'을 쥔 김 대변인이 이날 기자실로 달려와 "신고도 않고 돌려보냈다" "권총을 들고 집에까지 왔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거듭 확인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음악소리가 섞여 있어 확인이 힘들었다"면서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 안부를 물었고, 당시 이 대통령 측에서 '신고를 해 용의자를 붙잡았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이 용의자는 이 대통령 사저에도 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사건 당시에도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야당 대변인을 지목하고 나선 것은 "국가원수를 마음대로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강경한 분위기가 배경이 됐다. 또 정치권의 금도를 잃은 대통령 비난이 인격적 비하로까지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묵과해선 안되겠다는 판단이다.

    한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로 충청 여론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오죽하면 (그 지역 정당에) 이러겠느냐"고 말했다. 세종시 문제로 신경이 날카로와진 가운데 충청 민심에 진정성을 호소해야 하는 청와대로서는 박 대변인의 공세가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로도 읽힌다.

    김 대변인은 "지난 8월에도 청와대와 여권이 정치공작을 벌여서 심대평 전 대표의 국무총리 내정을 마치 기정사실화한 것처럼 말한 바 있었고 당시에도 유감을 표명했지만 다시 이같은 일이 거듭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