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 위치하고 있는 부처 A장관은 금년 상반기 동안 청와대, 국회 업무 등으로 1주일 중 사흘 이상을 서울에 머물렀다. 국무회의(23회), 국가정책조정회의(8회), 위기관리대책회의(9회), 비상경제대책회의(10회)와 각종 위원회 보고(17회) 등 정부내 회의만 총 67회였던 것으로 청와대 조사결과 나타났다.

    A장관은 당정협의(9회),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대정부질문 등 44회의 국회의 '부름'에도 응해야했다. 상반기 근무일 119일 중 정부, 국회 관련만 111회인 셈이다. 여기에 외국 귀빈접견 등 대외업무(16회)와 각종 강연과 간담회, 토론회 등 관련기관 행사(75회)를 합하면 거의 서울에 상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용정부의 일환으로 업무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청와대 회의, 당정협의를 조찬회의 위주로 개최하고 있지만, 만약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된다면 1시간 정도의 회의를 위해 4시간을 이동해야할 판이었다.

    과천정부청사는 수도권 인구소산계획에 의해 중앙행정업무를 분산키로 함에 따라 1982년 12월 설립됐다. 현재 노동부,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법무부가 입주해있다. 잦은 서울출장 탓에 기재, 법무, 농수산, 지경, 국토 등 5개 부처는 장관의 서울사무실을 따로 두고 있다.

    대전정부청사로 내려가면 이같은 비효율성은 더욱 심화된다. 대전에 사무실을 둔 B청장역시 올 상반기 25주 동안 국회, 차관회의 등 업무를 위해 주 3일 이상 서울이나 과천을 찾아야 했다. 청장의 부처장악이 곤란하며, 업무파악이나 정책구상시간 잠식으로 인한 정책실패가 우려되는 점이다. 대전소재 관세청, 통계청, 조달청, 중소기업청은 서울에 별도의 청장사무실을 마련해야 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대통령이나 수상, 의회, 행정부처가 수도 중심부 반경 1~3km내 집중돼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진국 가운데 행정부를 분할한 사례는 독일이 유일하게 꼽히지만 극심한 행정 비효율이 지적되면서 베를린으로의 통합 움직임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1994년 통독 이후 본과 베를린으로 행정부처를 분산한 독일은 제2청사를 두고 복수차관제를 운영하고 있다. 연간 본과 베를린을 오간 셔틀비행기의 운항횟수는 5500회(2003년), 이 두 도시를 오가는 '시계추 공무원'만 5000명, 관련비용은 1인당 400만원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독일의 행정기능 재통합 비용은 무려 50억유로(약 8조7000억원)로 추정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는 지난 3일 "독일도 한국처럼 정치논리에 밀려 수도를 분할했다"면서 "수도 분할로 엄청난 국가적 비효율과 비용 낭비가 초래됐다. 독일 국민도 지금은 당시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기능을 분산 배치함으로써 엄청난 국가적 비효율을 경험했다"며 "행정부처 분산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