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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LA타임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90도 인사’가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4일 일본을 떠나기 직전 아키히토 일왕 부부를 예방한 자리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혀 악수를 나누는 예의를 보였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국민의 지지가 높은 일왕에게 고개를 숙임으로써 자신의 정책을 실현시키려 한다고 분석하면서도 지나친 저자세에 대한 지적을 쏟아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90도로 허리 숙인 자세와는 달리 아키히토 일왕은 고개조차 숙이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만났을 때에도 허리를 과도하게 숙여 귀국한 뒤에도 자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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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LA타임스는 14일자 기사에서 “미국의 새 대통령이 세계의 왕들 앞에 얼마나 자세를 낮춰야 하느냐”고 지적하며, 지난 2007년 딕 체니 당시 부통령이 일왕 관저를 방문했을 때 사진과 비교했다.
딕 체니 부통령은 아키히토 일왕과 만나 악수를 하면서도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시선을 마주했다. 신문은 일부 국민들의 주장을 인용해 “딕 체니처럼 악수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이 같은 장면은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영국 버킹엄궁을 방문했을 당시 미셸 여사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등에 손을 얹었던 것을 기억하느냐며, 당시 친근한 상황이 연출됐던 것과 대비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미국 국민이 아키히토 일왕의 선친인 히로히토가 2차 세계대전에서 항복을 선언할 때 초췌한 모습으로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 옆에 서 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자세를 바라보는 이들의 감회가 남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히로히토와 도조 히데키 전 총리 중 누가 허가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들은 태평양 전쟁을 승인하고 진주만 공격을 지휘했고 히로히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부에 의한 정치적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신문은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이런 모습이 연출됐으며 저자세 외교의 시발점으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1994년 아키히토 일왕이 백악관을 예방했을 때 클린턴 대통령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언론이 일제히 비난한 바 있다고 밝혔다.





